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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05. 2023

어느 멋진 날

멋진 일만 가득했던 멋진 오늘


어제 퍼즐 이야기를 하며

오늘이 본선대회라고

우리 친구들 잘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담아 글을 썼었죠.


친정아빠 병원 퇴원인데

오늘 대회 때문에 부산도 못 가고

대회 준비를 했던 터라

오후 1시부터 긴장을 하고 있었다


20분 전 아이들 모두 대기시키고

저는 참관할 수가 없어서

1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3시가 다 될 때쯤 갑자기

쬬군 방에서 '와~'하는 소리와 함께

쬬군이 뛰어나왔다.

" 엄마 나 1등 1등이야~"

" 등수가 바로 나왔어? "


본선대회는 1-2학년 부/3-4학년 부/5-중학년부

세 그룹으로 나누어 시상을 하는데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다 보니

결과가 바로 나온 듯했다.


본선 대회는 1,2,3위가 각 3명씩인데

너무 궁금해서 본부에 바로 문자로 보냈다.

본부에서 바로 전화가 왔다

" 결과가 바로 나온 것 같은데 어떻게 되었나요?"

" 1-2학년 부 1위가 선생님 학생에서 나왔고요 5-중학년부에서 1등도 선생님 학생에서 나왔네요. 축하합니다. "

1위 3개 중 우리가 2개나 가져온 것이다.

3-4년부는 나간 친구들이 없어서

만약 있었다면 좋은 성적을 거두었겠지.


6명의 아이들 중 1위 2명과 2위 1명이 나왔다.

결과를 듣고 너무 좋아서

어머니들께 축하 전화를 돌리고

바로 가방을 챙겨서 뛰쳐나갔다.



이 기쁨을 즐기고 싶었다.

나는 바로 나의 쿼렌시아 경주로 달려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해가 질지도 모를 시간이었지만

그냥 기쁜 마음으로 경주를 향해

차를 몰았다.


경주 도리 마을에 도착했다.

일요일이라 낮에 왔다면

아마 들어가지도 못했을 듯하다

다행히 4시가 넘어가고

해도 뉘엿 엿 넘어 갈려고 하니

사람들이 많이 나가서

순탄하게 주차를 하고 은행나무길을 걸었다.

둘째 송군은 은행 냄새가 싫다며

마스크까지 챙겨 쓰고 걸었다.

추울 것 같았던 날씨는

웬걸 너무 덥고

은행나무 사이사이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아이들이 초등시절 왔던 곳이었는데

 더 예쁘게 꾸며 놓아 더 좋았다.

하지만

코가 예민한 아들은 곤욕이다.

엄마가 좋아하니 가자고 말은 못 하고 ㅎ

늦은 시간이었지만 오길 잘한 것 같았다.

아마도 이번주면 은행잎이 다 떨어질 것 같은

느낌~


누가 언제 이렇게 많은 은행나무를 심었을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다.



은행나무 아래서 가을의 향기와 가을색에

취하고 우리는 황리단길로 이동했다.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이다.

아들에게 맡겨봐도 답이 안 나온다.

결국 분식 먹자고 간 대화만두집은

아들 입맛에 딱이었고

먹으면서 너무 맛있다며 연신

미소 짓는 모습이 귀여웠다.

별거 없는 것 같아서 다음에 꼭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둘째와 나는 참 잘 맞다.

나를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뭐든 잘 먹어줘서 고맙고

뭐든 좋다고 해줘서 고마운 아들이다.


그렇게 저녁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황리단길에서 카페를 하는 사촌동생에게

그림 선물도 줄겸 들렀다가

신메뉴 나왔다며 신메뉴도 얻어 먹고

바쁜 것 같다 다음 일정을 위해 바로 움직였다.


오늘의 마지막 장소는

꼭 혼자라도 가보고 싶었던 뮤직바

아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자기도 델꼬 가달라며 가보고 싶다고 해서

시간은 지났지만 전화로 바로 예약하고 방문

다행히 논하이볼이 있어서 주문을 하고

안마의자에 앉아서 음악감상을 했다.

일요일 밤이라 사람이 많이 없어서

나도 아들도 신청곡 원 없이 신청 하고


집에서 음악 듣는 것보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편한 자세로 좋은 음향으로 듣는

음악은 정말 힐링이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정용화의 어느 멋진 날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가사는 슬프지만

제목 그 자체만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당연히 신청해서 뮤비와 함께 음악에

푹 빠져들었다.

노래 제목처럼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의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내어 주어 멋지고

은행나무길이 너무 멋졌고

오늘 저녁이 멋지고

사촌동생이 만들어준 신메뉴도 멋지게 맛있었고

마지막 골방에서 듣는 음악도 멋지게 좋았다.


그렇게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다.


음악을 듣고 나오니

골방 주인님이

오늘 아드님도 엄마도 선곡이 너무 좋았다고

말해주셨다.


아들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여기 너무 좋았다며 다음

또 오자는 아들이 참 귀엽다.

그렇게 우리는 왕릉 길을 걸었다.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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