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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16. 2023

신바람 청춘대학가서 내가 신바람 났네

가르치러 갔다가 배우고 왔다.

몇 달 전 잡혀 있던 노인 대학 강의 가는 날


집 근처 복지회관 신바람 청춘대학에서

인지향상 프로그램으로 퍼즐 수업 요청이 왔었다.

그 강의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노인대학의 인원은 상당히 많다.

초등 대상 수업은 최고 많아야 15명에서 20명 이지만

노인대학 강의는 80명

저번 수업 때도 한 분 한 분 피드백하느라

강의실을 뛰어다녀야 했다.


오늘은 더군다나 수능 치는 날

수능 추위는 워낙 유명한터라 두꺼운 옷을 꺼냈다가

오늘도 뛰어다닐 생각에 두꺼운 옷은 다시 집어넣고

얇은 재킷을 입고 복지관으로 향했다.


수업이 있으면 항상 일찍 가는 편이라

수업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반 이상의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정말 부지런한 어르신들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80부의 교재들은

노인대학 반장님이 이미 다 나눠 준 상태고

어르신들은 책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그중에 학구열이 있는 분들은

벌써 풀고 계시기도 했다.


기다리시기 힘드신 것 같아

맨 뒷 페이지 미로 찾기를 해보시라고

권한뒤 자리가 채워지길 기다렸다.


오늘 몇 분은 빠지신다고 했지만

내 눈엔 자리가 꽉 차 보였다.

오늘 수업은 저번보다 난이도를 조금 낮춰서

준비를 했다.

나이대가 65세 이상이다 보니

실력들이 천차만별이라

이번에는 조금 더 쉽게 퍼즐을 즐기시길 바랐다.



드디어 10시 정각

수업이 시작되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160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간략하게 내 소개를 하고

울산 퍼즐의 위상에 대해 소개한 뒤

수업이 진행되었다.



강의실은 커다란 강당이었고

나는 무대 같은 강단에 서서

칠판에 설명을 한 뒤 도장을 들고

어르신들이 계신 곳 한분 한분 돌아보았다.

80분을 다 살펴보지 못할 것 같아

미리 공익요원에게 반은 도움을 요청해 두었지만

그래도 나도 학생을 해봤기에

선생님께 관심받고 싶은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노인도 다 똑같은 법

한분 한분 다니며 설명하고 도장을 찍어 드렸다.


도장을 찍는 건

내가 첫 수업을 하면서부터 하는  확인법이다.

한 페이지도 빠짐없이 도장을 찍으며 오답을 체크한다.


- 선생님 틀렸는데도 도장 찍어주는 아닙니까?

- 아니에요. 제가 대충 찍는 것 같지만 다 본답니다.

정말 잘 푸셨어요. 정말 최고입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의 칭찬 한마디에 큰소리로 웃으신다.

어르신들은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알아서

도와주고 설명도 해주신다.

그 모습이 정말 정겹고 보기가 좋다.


- 요거 요렇게 하면 된답니다. 요것만 수정해 볼까요?

- 허허, 내가 잘 몰러~다시 한번 설명해줘 봐


여기저기서 다시 설명해 달라고 나를 부른다.

오늘은 얇은 재킷을 입었는데도

겨드랑이와 등에 땀이 나는 게 느껴진다.

인원은 많고 강의실은 넓고

나는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강의를 진행했다.


1시간은 후딱 지나갔다.

교재를 넉넉히 준비했으니

집에 가서 풀어보시고 모르시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며 전화번호를 칠판에 적었다.


- 아이고 선생님한테 전화하는 건 좀 아니제~

근데 집에 가서 풀면 잘 안 되드라고.

-  괜찮아요. 언제든지 편하게 문자나 전화 주세요

제가 영상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 아이 참 그라믄 선생님한테 실례인데...


미안해하시면서 교재 한 켠에 내 전화번호를 적어가신다. 그 모습마저 귀여운 어르신들이다.

노인 수업을 하면서 느끼지만

열정이 정말 대단하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면 당당히 물어보시고

끝까지 하려고 하는 열정에 나도 늘 배우고 온다.


내가 가르치러 간 게 아니라

내가 배우러 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노인들을 위한 퍼즐 수업도 많이 해야겠다고

말이다.


신바람 청춘대학생 어르신들 건강하세요~^^


#창의지필퍼즐

#창의퍼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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