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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14. 2023

나에게는 츤데레 아들이 있습니다.

빼빼로 데이_전날/당일/다음날

#20231114

<빼빼로 데이 전날>


- 쬬! 엄마에게 빼빼로 안 주니?

- 엄마 빼빼로 데이는 내일이야. 근데 엄마는 왜 안 줘?

- 어? 그러네


늘 받기만 했던 나는

아들에게도 빼빼로를 강요하고 있었다.


- 그래 이번에는 내가 먼저 빼빼로를 줘야겠어.


<빼빼로 데이 당일>


주말이었지만

체험학습 가이드를 한다고

말도 많이 하고 추위에 떨었던터라

피곤함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그냥 바로 집에 올 상태였지만

순간 떠오른 빼빼로

마트로 차를 돌렸다.

쬬숑군에게 줄 빼빼로를 사기 위해

마트로 들어가니

이미 빼빼로 행사가 한창이었다.

여러 종류의 빼빼로들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쬬숑군이 좋아하는

빼빼로가 무엇인지 안다.

쬬군은 누드 빼빼로

숑군은 아몬드 빼빼로

누드와 아몬드를 적당히 섞어서 포장을 부탁했다.

판매원이 남편분 거는 안 사나요?라고 물었지만

무시했다. 이유는 생략


집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빼빼로 두 개를 아이들 방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들들이 오기 시작했다.

둘째 군이 먼저 들어왔다.


- 숑아 너네 방으로 가봐!

- 와~엄마 완전 감동이야.

엄마도 한 개 먹어!  엄마 아몬드 빼빼로 좋아하잖아. 하나는 엄마 주고 하나는 이모 줘야지.


내가 준 빼빼로로 여기저기 인심 쓰는 모습이

귀여운 둘째,

나에게도 누드 빼빼로를 하나 준다.

고마워할 줄 알고 감사해할 줄 알고

나눠 줄 줄 아는 둘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첫째 쬬군이 왔다.

입이 근질했던 숑군이 형아를 끌고 방으로 간다.


- 형형! 엄마가 빼빼로 사 왔어,

- 오~~~

- 근데 엄마 이렇게 많이 사주면 나도 많이 사줘야 하잖아!!!


헐~~ F형 숑군과 T형 쬬군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많이 받으면 많이 줘야 한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어쨌든 내가 준 빼빼로로 두 아들은 행복해 보였다.

이모를 좋아하는 송군은 빼빼로 하나 챙겨

이모집에서 가서 자고 오겠다며 가버리고

쬬군은 스카에 공부하러 가겠다며 나가버린다.


그제야 피로가 몰려오고

지친 몸을 눕히자 잠이 쏟아진다.

나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빼빼로 데이 다음날>


일요일 아침

친정 엄마 생일 파티 약속이 잡혀 있어서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책상 위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기 위해

책상 앞으로 간다.


- 어 이게 뭐지?



제는 너무 피곤해서

공부하고 오는 쬬군을 보지도 못했는데

쬬군이 들어오면서 빼빼로와 초콜릿을

사서 들어왔나보다.

그리고 메모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빼빼로와 초콜릿은 보지도 않고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항상 무뚝뚝하고 소리 버럭 지르고

자주 화를 내는 중3  아들의 메모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고 

눈에 힘을 주고 읽어 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편지 쓴다

항상 우리 위해서 생각해 주고

일해줘서 고마워.

가끔 엄마한테 소리 지르는데

진짜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진심 아니니


오글거리지만

진심으로 엄마 좋아해.

그래서 비싼 페레로로쉐?

시기 사주는 거야.

이거 비싼 거야.

큰맘 먹고 산 거니 맛있게 먹어

사랑해

그리고 파이팅! -JH




-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아침부터 나를 울리네...


메모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T형이라며 저 자식은 감정도 없다며

둘째에 비해 참 정이 없다며

속으로 생각했는데


첫째는 첫째였나 보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는 쬬군의 메모가

아침부터 벅차오르는 감동을 준다.


- 행복해서 흐르는 눈물은 이런거구나


- 나는 정말 사랑받는 엄마구나


남편에게 받는 사랑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받는 사랑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쬬군을 통해 느껴보는 아침이었다.


아들의 메모를 두고두고 간직하기 위해

체크리스트에 테이프로 붙여두었다.

힘들고 지칠 때 읽어 보기 위해서...


이런 아들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을까?



나 에게는

때론 무뚝뚝하고 가끔 소리는 지르지만

마음속은 바다처럼 넓고 

엄마를 사랑하는


츤데레 아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또 정 많고 엄마를 생각하는

둘째 아들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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