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겪는 어려움은 다르니까"

by Bagette J

최근 윤서는 유치원에서 눈에 띄게 축 처지거나

자꾸 누우려고 하고 잘 때 호흡이 빨라지는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장 난 심장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아

정밀검사를 위한 입원을 했다



6년이란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오는 길이 반가웠던 적이

없었고 정말 정말 싫다 하지만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너무나도 숙련된 손짓 몸짓을 발휘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어쩌다 이 생활에 적응해버리고 순응한 거지?

나 자신의 삶에 대해 현타가 오기도 한다



처음 수술했을 땐 모든 게 생소해서 윤서 엄마랑

손 붙잡고 눈물 흘리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제 간호사 선생님 이송원 선생님 도움 없이도

병원 모든 시설 및 위치를 알게 되었고



병원이 낯설거나 처음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상담원이 되기도 하며 혈관 잡을 때 눈물 흘리지 않고

전문가 선생님과 호흡을 맞춰 환상의 팀워크로 이 상황이

빨리 끝나도록 침착함을 유지하며 도울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고



소변검사 한번 하려고 여러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하루 종일 걸리던 시간을 30분 이내로 끝내서

선생님들을 감동시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포크랄이라는 수면제를 먹이고 금방 할 거라는 검사를

12시간 금식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다 새벽 1시에 어렵게

들어가서 검사 중 무호흡이 온 적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웬만한 검사는 재우지 않기 위해 수만 가지의 방법을 윤서 맞춤형으로

늘 연구하고 생각해서 실행에 옮기니 성공률이 꽤 높아졌다



병원이 싫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모든 휴가의 90% 이상은

병원에서 보내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예전에는 검사나 수술 전에

윤서 건강해요 걱정 마세요! 잘 이겨내요! 자신 있게 이야기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작은 것들도 다 걱정투성이다

점점 좁아지는 기도와 나빠지는 윤서의 몸들 때문에..



수술방에 보낼 때 수술 중 수술 후 회복? 기 승 전 결 이

명확한 수술실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이 녹아내려 부모 마음을 애타게 한다



이번 검사 결과도 윤서 심장은 이미 많이 망가져서

수술하게 된다면 인공심장으로 교체해야 한단다

윤서가 어리고 근본적인 병이 있기에(예후가 확실치 않음)

당장 수술은 보류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근데 윤서의 최근 증상은 심장 때문이 아니란 걸

다른 문제가 있는 거 같다고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또 누가? 괴롭히는 걸까?



입원하면서 그토록 그냥 수술 안 하고 지금처럼 지내게

해주세요 외쳤는데 좋지만은 않다 새로운 숙제가 생겨서

심장수술은 해도 인공심장이라 수명이 있어 주기적인

수술은 필요하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수술을 덜하는 게 좋으니

잘 살펴보고 결정하자는 이 말씀이 오늘은 왜 이렇게

삐뚤어진 마음으로 들리는 걸까? 윤서의 심장이 멀쩡한 것도 아닌데

부모 마음은 병원에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또 다른 적군이 윤서의 곁에 침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며 오버랩 되는 내 어린 날의 생생한 기억

어머니의 인공심장수술.. 어지러운 중환자실 그날같이 수술하신

5명 중 유일하게 살아계신 어머니 어렸을 적 어머니 품에

안기면 들렸던 째깍째깍 시계 소리 어린 맘에 홀로 마음속에

심장 소리가 멈추지 않게 해주세요



어머니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늘 내 마음속에 있었다

아픈 몸으로 아낌없이 날 사랑해 주셨지만 오래오래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했지만 자식들은 늘 그렇듯 자기 살기

퍽퍽하다는 핑계로 부모님이 주셨던 사랑에 보답은

아직 하지 못했다 이렇듯 심장수술에 대한 나의 기억은 좋지 않다



윤서 하나로도 벅찬 내 삶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님께 너무너무

죄송한 마음뿐이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 가치관은 다르다

그리고 겪는 어려움도 다르다 누구나 어렵겠지만

쉽지 않은 어려움 속에 있는 우리 가족의 마음을 누가 알까?

어렸을 적 기구한 삶 속에서 좌절하며 이런 꿈을 꾸곤 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그 꿈.. 과거도 현재도 너무 어렵다..



오늘도 잠 못 이루고 너의 곁을 지키지만 그래도 또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예쁘게 잠든 윤서 모습을 보며 뿌리치고

행복과 긍정의 기운으로 정화시켜 내일도 힘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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