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가 입원하는 동안 병원에서 MPS 환우회가 열렸었다
1년마다 비슷한 유전자 질환과 싸우는 환우와 부모 교수님까지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감사한 자리다 현재는 복잡한
유전자 질환들은 교수님들께서 불철주야 열심히 연구해 주신 결과
뮤코다당증 1형부터 6형까지 그리고 뮤코 지방증은 1형부터 4형까지
타입별로 세세하게 분류되어 많은 것을 연구하시고 병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해 주고 계신다
처음에는 환우회가 낯설고 어색했다 물론 지금도 많이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도 조금씩 아는 얼굴도 많아지고 챙겨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감사한데
아직은 부끄러움이 더 커서 늘 뒤에서 얼굴도장만 찍고 돌아오곤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병들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아프고 희귀한 병은 TV에만
나오는 게 전부라는 생각으로 살아오고 있었는데 윤서를 키우다 보니
정말 듣도 보지 못했던 많은 병들과 아직도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지 못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윤서의 뮤코 지방증과 그 친구 격인 뮤코다당증은 3형을
제외하고는 치료 약이 개발되어 완전하지는 않아도 환우들이 병과 싸워서
이겨낼 수 있도록 활발하게 계속해서 연구가 진행 중이고
윤서의 질환은 근본적인 치료법 없이 아직도 치열하게 연구 중에 있지만
그래도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파미드로네이트 주사치료도 받고 소소한
작은 치료라도 할 수 있어 감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윤서를 위해 부모만큼
헌신해 주시고 노력해 주셔서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밝은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물론 치료 약이 나오기 전까지 윤서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심장은 점점 아파지고 새로운 병들이 윤서의 몸 구석구석을 괴롭히고 있는데
치료 약은 나오지 않아 엄마 아빠 마음은 늘 초조하기만 하다 부모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윤서가 심도자술 검사를 받고 조영제를 투여한 뒤에 그날 열이 38.5도까지
상승했었다가 그날 바로 가라앉았으며 이후 며칠 동안 잘 먹지도 못하고 기운 없이
지내다가 3일 전부터 생전 하지 않던 대량의 설사까지 하기 시작했다
조영제 열은 그렇다 쳐도 설사는 왜일까? 무엇 하나 지나치기 어려운 윤서의
작은 행동 하나가 많은 생각과 걱정을 몰고 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내일 유치원 가는 날인 건 아는지 오늘 오후에도 기저귀를 뚫을 만큼
설사를 했지만 컨디션은 좋아 보여 다행이다 사진 속에는 웃는 모습과 행복한
모습만 담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자꾸 축 처지고 이곳 저것 아파지는 것을
눈과 피부로 느낄 때마다 티 내진 않지만 심란하고 걱정이 많아진다
병원을 다녀오는 횟수가 늘수록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폭풍 속에서도 긍정의 에너지로 맞서 싸우며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늘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폭풍 속에 다시 휘말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 내색한다 한들 폭풍우를 쉽게 잠재울 수는 없으니
이럴 때마다 그냥 휘말려 좌초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수없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윤서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주시는 에너지와 윤서 엄마의 굳센
의지는 폭풍우에 지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계속해서 주고 있다
늘 살갑게 다가가 말하지는 못해도 마음속에는 늘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4년 전에 윤서가 첫 장애진단을 받고 출근했던 우울한 어느 날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봤다 "보험은 들어놨어?" "보험금은 얼마나 받아?" 그때 당시에도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지만 항상 윤서와의 여러 기억들을 되새기며 흘려보내
없애야 할 기억들은 또렷하게 떠올라 아빠를 혼란 속에 빠트린다
그때의 질문의 요지는 진단금 많아? 많이 받아서 좋겠다는 식의 질문이었으니
다시 생각해도 어안이 벙벙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이 너무도 싫다
때 마침 그 시기에는 윤서가 갑작스럽게 두개골 유합증 수술을 받고 세상 모든 게
무섭고 이겨내기 힘든 시기였는데 기름에 물을 부은 겪이 되어버렸다
보험금 몇천억을 줘도 필요 없으니까 가난하게 살아도 좋으니 엄마랑 윤서랑 손잡고
하루라도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걷지 못하는 윤서를 안고 늘 다니는 윤서 엄마는 튼튼해 보여도 늘 어깨 통증에
밤새 잠을 못 이룬다 우리 모두가 시선 속에서도 자유롭게 함께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성숙된 사회문화가 점점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다르고 이상하다고
다수가 소수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 교과서 같은 세상 말이다 지금 우리 윤서가
친구들과 하하 호호 함께 어울려 행복해하는 유치원 친구들 사이처럼 말이다
아직은 갈 길이 먼 것도 알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누릴 수 있는 시설 그깟 꺼 하나도
안 누려도 좋으니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이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상황을 똑같이 겪으면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텐데 참 겪어봐야 모든 것을
알고 느낄 수 있는 게 너무나 아쉽다
그래서 윤서에게 이벤트나 사건이 생기면 그 하루를 복기하며 다시 반성하고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아쉬운 점도 많고 행복한 일들도 많지만 나와 우리 가족의 마음에 대못을 박아놓은
사람들의 기억은 다른 일들을 복기할 때 제일 처음 머릿속에서 떠올라 나를 힘들게 하고
나는 속으로 꼭 한 번씩 응징을 한다(성격이 너무 모나서 그런 탓이겠지)
그래도 험난한 항해 속에서 폭풍우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주변에 그것을 잊게 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윤서와 윤서 엄마 내 주변을 지켜주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많은 분들이 우리 가족의 항해가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계신다 지금은 다시
폭풍우와 친한 친구가 되어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이겨내고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며 많은 에너지와 힘을 주시는 모든 분들과 잔잔한 바다에서 항해를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