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서.. 아들로서.."

by Bagette J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내 마음이 과부하에 걸려 요동치던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야외 업무 중 흙먼지와 함께 숨 쉴 때는 전화가 온 지도 모르는데

오늘은 허벅지 아래를 깊숙하게 울리며 표시창에 떠있던

익숙한 고향의 지역번호


병원 응급실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

입원보다 더 충격적인 여러 가지 소식들 대략적인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니 보호자가 와서 확인해야 한다고 하는 소식이었다

아버지는 늘 건강하실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서 전화가 끊기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들

당장은 갈 수 없었기에 몇 날 며칠 숨어서 눈물짓던 나날들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윤서 하나로도 이렇게 과부하가 걸려 죽을 지경인데

아버지까지 이러시니 참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참담하고 막막한

그 심정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감정들 형제 친척이 없는 것도

다 나 혼자 판단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슬펐다


결국 특이사항이 건강이었던 아버지는 대장암 환자가 되셨다

그리고 늘 최악을 말하는 교수님들의 말씀을 듣고 수술 일정을 잡고

멍하니 서있다 자책하고 분노하고 내 삶을 원망하며 지냈던 날들


영양실조 위궤양 당뇨 여러 가지로 병명으로 쓰러지신 덕분에

완전 초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각한 상태는 아니어서

위험했지만 하늘이 완전히 나를 버린 건 아닌 였는지 암덩어리들은

무사히 안전하게 제거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에 펼쳐진 피할 수 없는 현실들 아버지는 큰 고비는 넘기셨지만

시력이 안 좋아진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안 보이기 시작해서 백내장 수술부터

이후 이어지는 수술과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비들

아버지도 나도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아예 홀로 또 고민하고 판단하고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도움을 청할 곳 없이 전전긍긍하다가 떠오른 옛날의 추억들

늘 꿋꿋한 척 눈물 흘리며 보냈던 정말 짧은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 시작한다

또다시 시작이구나 하면서


그렇게 진짜 홀로 사소한 집안의 업무부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아버지 건강 상태는 좋지 않기 때문에 일을 이제 그만두셨고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내가 아버지 병원에 있는 동안 윤서는 일주일에 외래를 세 번이나 다녀왔고

치과에서 아침이면 베개와 침구류를 피로 적셨던 썩은 이를 발치했고

고장 난 심장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지.. 잠시 더뎌졌지만

집에 갈 때 약봉지는 투약 양이 늘어서 무거워졌다..


윤서 엄마는 내가 많은 혼란과 정신없음에 빠져있을 때.. 나를 위로해 줬고

각자의 위치에서 담담하게 혼란스러웠던 일주일을 윤서와 함께 보내주었다

잠들었을 때 세상 이쁜 윤서지만 헐떡거리며 쉬는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윤서는 아픈 할아버지와 정신없는 할머니를 위해 특급 애교와 서비스로

웃음꽃을 선물해 주었고 정신이 없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는 오로지

아들보다 윤서만을 그리워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윤서야 아빠가 요즘 마음이 너무 아파하지만 니가 태어나 아빠 손잡아 줬을 때..

그때를 기억하며 이겨내려고 해

태풍이 몰아치는 중에도 따스한 햇빛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니?


작년 여름 윤서 심장이 고장 난걸 알고 무작정 뛰쳐서 간 바닷가

올해도 갈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모래 놀이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

아빠는 윤서같이 어렸을 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해서 할아버지를 굉장히 원망하고

미워했어 그리고 할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


하지만 윤서와 세상에 나오고 너의 미소가 얼음장 같던 할아버지를 녹인 모습을 보고

검사 안 하겠다고 난리 치던 할아버지를 강인한 윤서가 진정시키고 검사를 순순하게

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를 용서하기로 했어


이제 아빠도 늦었지만 이제 조금씩 효도라는 것을 해보려고 해..

윤서에게 주는 사랑 이제 조금은 할아버지에게도 나 줘 주고 싶네?

아빠 손 꽉 잡아준 것처럼 우리 집에서 제일 강인한 윤서가

할아버지 잘 이끌어줄 거지?


고마워 사랑해♡ 엄마와 윤서가 있어 너무너무 힘이 된다

이번에도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병원 가기 며칠 힘들게 지낼 대 어김없이 자기 일이 아니니

막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욱더 좌절했고 같이 공감하고 눈물 흘려준 사람들 덕분에 힘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정지해있던 여러 나날들 이제 이번 태풍이 지나가면

다시 뜨는 태양과 함께 다시 한번 힘내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윤서가 우리 가족에게 뿌리내리고 힘든 일들만 계속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많은 것들을 얻고 깨우치며 점점 더 성숙해짐을 느낀다

이 많은 교훈들이 언젠가는 그 누군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많이 사랑하고 배우며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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