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일을 먼저 하고 원하는 일을 나중에 해라"

by Bagette J


"필요한 일을 먼저 하고 원하는 일을 나중에 해라"


어렸을 적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꿈이 뭐니?라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다 가정의 테두리에서 이쁨 받으며 성장하지만

공부 잘해서 "사"로 끝나는 직업을 얻어서 성공했으면

하는 모든 부모님들의 같은 바램이 있었고

나 역시 그 바램들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 요.. 판사.. 요..라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했었던 것 같다


사실 나의 숨겨진 꿈은 대통령 축구선수 대부분 아이들이 꾸는

꿈이 아니라 바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 그게 내 꿈이었다

명절이 되면 지긋지긋한 교통체증을 억누르며 친척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떠들어 보는 게 어렸을 적 작은 소망이었고


아빠 엄마 손잡고 놀이동산 가보기

갑자기 불현듯 고깃집에 가서 외식하기

가족들과 방학 때 숙제 겸 체험학습 떠나보기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걱정 없이 해보는 게 내 소원이었고

술에 취한 아버지가 들어와서 소리 지르며 물건들을 던질 때

잠이 들 때까지 어디론가 숨어야만 했다


차가운 내복 바람에 아버지가 잠들 때까지 골목길 어딘가

가로등 불빛 아래 덜덜 떨며 생각했다

"나는 절대 이런 기억을 내 자식들에 물려주지 말아야지"

절대로 평범하게 좋은 아빠로 살 거야


그런데 요즘 문득 나의 하루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를 향해 방긋 웃어주는 윤서의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갑자기 놀다가 말도 없이 잠드는 윤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며

이제서야 느끼기 시작한다

"아~ 이게 내가 꿈꾸던 평범하게 사는 모습들인가..?"


나는 딸바보라 칭하지만 윤서는 아빠를 자주 보지 못해 적대적이고

낯설기만 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딸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웃음과 행복한 미소로 교감하며 하루를 보내는

지금 이 순간들이 나에게는 정말 꿈같은 시간이 되어버렸다

"왜 진작에 해주지 못했을까..?"


어렸을 적에는 그토록 애타게 생각하고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큰 행복이 아니라 소소하고 항상 미소가 끊이지 않는 가정을 이룰 거야

했지만 내일을 핑계로 아버지와 별반 다를 건 없었던 것 같다

일생의 반을 병원과 치료실 차디찬 수술방에서 보낸 윤서에게

아파도.. 해결에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가슴 졸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윤서에게 필요한 일은


내가 골목길에서 겪은 그 외로움처럼 소소한 행복과

엄마 아빠와의 사랑과 소중한 시간이었을 텐데

윤서의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편하게 세상을 맞이할 수 있도록

원하는 일인 마냥 치료와 수술을 반복시켜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엄마의 정성이 녹아 있으니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에서는 윤서 아빠니까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고 내가 더 잘해야 우리 가족이 손가락질

받지 않는 거야 하면서 더 일에 몰두하기도 했었고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우리 가족들은 이해해 주리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은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일들이 아니었고

가장으로서 내 체면과 남들에게 보이기 원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다


원망했던 아버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이 우리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씩 실천하는 중이다


소소한 일상을 가족들과 함께 오래 생활하다 보니

아빠도 이제서야 한식구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윤서의 웃는 모습을 더 볼 수 있어서 좋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좋고

어디든 마음 가는 대로 실행할 수 있음에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아버지와 부모님은 지금 시대에 사는 아버지와 부모들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주어진 위치에서 부모님들이 열심히 사시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좋은 환경에서 윤서와 함께 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웃을 수 있었을까?


어렸을 때는 되게 밉고 지긋지긋하고 정말 싫었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우리 부모님도 지금 시기에 태어나

성장하고 호흡하고 계셨다면 어렸을 적 내가 생각했던

부모처럼 살지 않았을 거란 걸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시간을 보내며

좋은 아빠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는데

지금의 변화된 윤서를 보면서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며 살고 있다


6년 동안 윤서와 가족들을 잘 보살피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단 걸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아직도 나는 많이 부족해서 철드는 중인 것 같다 윤서와

같이 성장하고 단단해져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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