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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gette J Oct 03. 2022

나도 할수 있을까?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았던 어느 날 먼 곳에서 익숙한 무언가 보였다 토도 드라이브 (전동휠체어 동력 장치)를

착용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했다 집으로 오는 길 내리막길을 불편함 없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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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토도 웍스 SNS에서 독일 재활기기 박람회 사진을 보게 되었다 오로지 내 눈에만 익숙하고 또 익숙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휠체어 그 주인은 지금 내 곁에 없지만 새롭게 태어나서 독일에서도 장애의 다양성을 노래한다

그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휠체어의 주인이 속도감을 느끼며 질주하는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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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가난했고 아픔도 있고 결핍도 있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온 평범한 인간이기도 하다 다들 그 모습을 숨기고 누르며 내 안의 추억 같지 않은 추억으로 부끄럽다는 듯이 감추고 살아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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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다 늘 비교당한다고 결핍이 가득했던 어린아이가 이제 30대가 되었다 그리고 3년 사이 사랑하는 사람을 3명이나 떠나보내고 괜찮은듯하지만 하루하루 시름시름 앓으면서 또 그렇게 버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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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면 괜찮겠지 하며 닥치는 대로 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멍하니 지낸다 그리고 어느덧 사랑하는 윤서가 떠난 지 160일이 넘게 지남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일분일초라도 없으면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니 당장은 죽을 것 같지만 돌아보면 애석함으로 가득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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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세명을 애도하고 정리하는 시간은 왠지 길고 긴 지루한 싸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애도는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과거와 결핍을 잘 정리하고 지워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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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감추고 싶던 나의 과거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오로지 나만 느끼고 경험했던 어이없지만 엄청난 이야기들 윤서를 생각하며 잊지 않기 위해 눈물 흘리며 기록했던 아득한 어두움이 가득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다짐한다 "다 나같이 힘들지 않게 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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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단 있는 마음이 10분도 안되어 다시 윤서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화되어 눈물이 흐른다 그래도 괜찮아 늘 생각하고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음에 나 자신을 토닥여 준다 나의 힘들었던 과거와 작은 엄지 공주의 행복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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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겠지.. 아무도 윤서와 보냈던 하루가 안된다고 헛된 짓 그만하라고 손가락질했을 때도 가볍게 무시하면서 우리 가족 똘똘 뭉쳐 기적을 노래하면서 잘 지내왔는데 또 어떻게든 되겠지

지난 과거의 불안과 결핍을 이겨내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난날 내가 받았던 무한한 감동과 사랑을 주변에 나눠주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또 노력하고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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