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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쪼자까
Jan 25. 2023
감정(感情) : 나를 지배하는 또 다른 나
사람들은 각자 인생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살고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주도적이란 단순히 솔선수범하며 나서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몸의 주인으로서 얼마나 감정을 잘 다스리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성인군자나 도 닦는 스님이 아닌 이상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란 상당히 힘들 일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을 종종 경험한다. 이때 사람의 마음은 태도가 되고 태도는 곧 행동으로 나타난다.
나의 아버지는 곧잘 감정에 행동을 지배당하시는 분이다. 부모님들은 나와 내 형제들을 키우시면서 종종 부부싸움을 하시곤 했다.
한밤중 거실에서 나는 고성에 잠이 깨어 나가 보면 방 한 구석에서 몸을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고, 아버지는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뭐라고 중얼거리며 술잔을 비우셨다.
혼자서 울고 계신 어머니가 안쓰러워 곁에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면, 어머니께서는 "OO아. 엄마 이렇겐 더는 못살겠다." 하시며 하소연을 하셨다.
두 분이 서로 사랑하셔서 결혼하셨을 텐데, 행복하려고 결혼하셨을 텐데 왜 엄마는 이렇게 상처받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부부싸움이 한번 터지고 나면 나와 내 동생들은 몇 일간은 부모님들의 눈치를 보며 생활을 해야 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부부싸움이 반복되었고,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일어난 부부싸움에서 나는 용기를 내었다.
어머니는 방에 들어가 쓸쓸히 울고 계셨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신경도 안 쓰는 듯 거실 한가운데 태연히 누워 티브이를 보고 계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빠,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아?"
"......"
"왜 항상 아빠가 잘못한 건 생각도 안 하고 엄마한테만 뭐라고 그래?"
"까불지 말고 저리 가라."
"아니 엄마가 저렇게 우는 거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드냐고!"
"어. 안 들어."
대답을 듣고 더 이상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었다. 이 날 이후 나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크면 아버지처럼은 안될 거라고.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살아간 세월이었다. 많은 책을 읽고 올바른 성정을 갖추기 위해 자신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했다. 나는 기분이 한번 안 좋아지면 그 악감정으로부터 새로운 악감정이 생긴다. 그렇게 악감정에 악감정이 붙고 점점 불어나 내리막길에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때의 나는 영락없이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번 빠진 감정에 늪에서 빠져나오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럴 땐 오로지 시간이 해결해 줬으며 하루정도 푹 잤다 일어나야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그 후에 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참지 못한 후회에 대한 감당은 오로지 나의 것이었다.
나는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감정에 지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자아성찰을 계속할 것이다.
이번 명절에 오랜만에 본가에 가니 못 보던 책이 놓여있었다. 제목은『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아버지가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오신 책이란다.
어쩌면 벌어둔 마음의 거리를 좁힐 날이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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