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장생활 이야기
대학교 졸업반은 전쟁이다. 본인이 특별한 꿈이나 목표가 없는 이상 대부분 취직을 준비한다.
나 역시 꿈 없는 대학생이었기에 그저 주변사람들의 분위기에 발맞춰 취직을 준비했다. 나를 제외한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으로 취직을 했다.
그래서일까 그런 친구들의 대기업 반열에 오르고 싶어 당시에 나는 대기업 취직에만 목메어있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의미 없는 백수생활만 지속되고 조급한 마음은 더욱 커져갔다.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중견기업에서 취직하여 커리어를 쌓은 후 대기업 이직을 노릴 생각이었다.
다시 몇 개월의 취업준비 끝에 첫 직장으로 연 매출 약 2천 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의 연구원으로 취직할 수 있었다.
이곳은 '내화물(耐火物)'이라고 하는 고온에서 열을 잘 견디는 물질을 대기업 제철소에 납품하고 유지보수를 하는 기업이었다.
나는 '신소재공학과'라는 전공을 살려 금속과 관련된 기업에 취직하고 싶었기에, 금속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는 이 회사에서 제철공정을 공부하고 관련 커리어를 쌓기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입사일 전날밤, tvN드라마 『미생』을 보며 앞으로의 직장생활을 상상했던 기억이 있다.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잠을 잘 자지 못했었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드라마와 달리 다큐멘터리였다.
매일 같은 야근에 퇴근 후 개인생활은 생각해 볼 수도 없었고 피곤해서 바로 잠들길 반복했다. 잦은 회식문화에 잘하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마셔, 새벽에 토하고 출근하기를 반복하기도 했었다.
동기들은 좋은 사람들이었으나 실무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상명하복식 업무체계와 각종 폭언은 근무년수 3년이 지난 어느 날 나에게 '이런 삶이 내가 원하는 건가?', '내 삶의 원동력은 뭐였지?'라는 의문감이 들게 했다.
내년이면 대리급으로 진급하는데 기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책임을 원할 것이고 삶의 여유가 더욱 없어질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회사의 주변 선배님들이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전적인 보상은 더 좋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퇴근 후에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됐고 무엇보다 개인생활이 없었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대기업에 대한 환상은 깨졌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되묻게 되었다.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해.'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발전 없이 정체된 삶은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발전을 이루려면 변화를 위한 시도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삶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다음날 바로 사직서를 냈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준비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늦은 야근 후에 지친 몸으로 이직을 준비할 자신이 없었고 무엇보다 숨 돌릴 틈이 필요했다.
새롭게 다닐 직장을 알아보면서 가장 꼼꼼히 따진 것은 역시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이었다. 올라오는 모집공고와 각종 취업커뮤니티 및 취업포털 사이트를 대조하며 삶의 여유가 있는 직장을 찾게 되었고 지금의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현 직장에 취직한 지 2년이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매우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삶의 여유를 얻었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정도 이룰 수 있었으며 삶의 원동력을 찾기 위한 여행을 다시 떠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을 약 5년 정도 했지만 깨달은 것은 '나는 회사인 체질이 아니구나.' 정도이다. 사교성이 좋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언변이 뛰어나 상사를 잘 설득시키는 것도 아니다. 물론 사내 정치질 같은 복잡한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회사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왜냐하면 회사는 나에게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원동력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이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나의 삶의 원동력을 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