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거절

상처의 내면화와 감정 억압을 보내며

by Jung Jay

우리는 끊임없이 감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미소와 웃음, 눈물과 슬픔, 때로는 분노와 좌절까지도 서로에게 건네고 받으며 삶을 엮어간다. 하지만 때로 우리의 감정은 상대에게 닿기도 전에 벽을 만나 떨어지곤 한다. 마치 조심스레 건넨 손이 공허하게 허공에 머물다 돌아오듯, 감정 또한 그렇게 거절당한다. 이 거절의 순간은 마음속 깊은 곳에 조용히 머물러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괴롭힌다. 상처받은 감정은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아 천천히 우리를 닫힌 문 안으로 밀어 넣는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우리가 왜 감정을 거절당하는지, 그리고 왜 또 그렇게 쉽게 서로의 감정을 외면하는지에 대해. 어쩌면 그 시작은 아주 먼 어린 날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아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진실한 감정이 때로는 부모의 무심한 한마디에 의해 차갑게 거절당한다. 아이의 울음에 "울지 마"라고 말하고, 화난 얼굴에 "화를 내면 안 돼"라고 제지하는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의심하게 된다.


심리학자 윌프레드 비온은 이러한 현상을 ‘정서의 수용 실패’라고 표현했다. 아이가 표현한 감정을 부모가 적절히 수용하고 공감하지 못할 때,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불필요하고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감정이 거절된 아이는 결국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이 보호 방법은 결국 마음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감정의 거절을 경험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어른이 된 우리는 여전히 감정을 조심스레 다룬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진심을 표현하는 일이 점점 두려워지고, 마음을 열었다가 다시 한번 거절당할까 봐 불안해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타인과 거리를 두게 되고, 마음을 다친 경험이 반복될수록 마음의 문은 더욱 굳게 닫혀버린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의 관계를 ‘나-너’와 ‘나-그것’으로 구분했다. 진정한 관계인 ‘나-너’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다. 하지만 감정이 자주 거절당한 사람은 상대를 ‘그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대상화하여 관계를 기능적이고 얕게 유지한다. 상대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또다시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든 방어적 태도다.


이러한 방어는 관계의 진정성을 훼손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만나고, 그 사람과 진심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감정을 용기 있게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이 드러냄이 또 한 번의 상처로 돌아올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감정을 거절당한 경험이 반복되면 우리는 두 가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첫 번째는 감정을 완전히 억압하고 외면하는 형태이다. 이 경우 자신은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이는 결코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자신의 감정을 과도하게 표현하며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형태이다. 이 역시 타인에게 부담을 주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우리가 감정을 억압하거나 과장한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프로이트는 억압된 감정이 반드시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체적 고통으로, 관계에서의 갈등으로, 혹은 내면 깊숙한 공허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감정을 거절하고 외면하는 행위는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돌보지 않는 행위와 같다.


회복의 길은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내 안의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감정이 존재할 권리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내 안의 슬픔, 기쁨, 분노, 두려움을 마주하고 허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와 진정한 대화를 나누게 되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감정들이 치유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의 감정을 안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의 감정이 안전하게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 공간이 믿을 수 있는 친구와의 대화이든, 상담사의 조용한 사무실이든, 자연 속을 걷는 혼자만의 시간이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내 감정이 더 이상 거절당하지 않고 존중받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마침내 감정의 거절을 넘어 우리가 도달하는 곳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더 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세계다. 그곳에서 우리는 더 이상 감정의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그 여정은 쉽지 않겠지만, 그 끝에는 더 따뜻하고 진실한 관계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풍성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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