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Sound of Earth no.1 - Spiral Inferno
억겁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 모든 욕망과 감각이 스러진 자리에 닿는다.
무심(無心). 차갑지도, 공허하지도 않지만 그 어떤 말로도 다가갈 수 없는 침묵의 결.
고요하지만 살아 있는 이 지구의 한 조각은 모든 존재가 다시 ‘무(無)’로 돌아가는 경계 위에 있다.
이 작업은 단지 시각적 구성이 아니다.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한 건 15년도 훨씬 전, 색채와 구조, 시간과 존재의 본질을 묻기 위해서였다.
어떤 형식도 취하지 않고자 했고, 어떤 감정에도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그저, 존재 그 자체가 어떻게 ‘흔적’을 남기는가를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새 시간이 흘렀고 지구가 변했다.
지구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빙하는 사라지고, 바다가 변하고, 공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작업이 철학이 아니라, 경고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침묵은, 이제 들려야만 하는 소리가 되었다는 것을.
이 Sound of Earth 시리지의 첫 번째 조각, "無心之境"은
그 오랜 시간 속,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와 경계 위에 있는 이미지다.
붉게 중첩된 파장은 심장처럼 맥동한다.
그 울림은 파괴처럼 보이지만, 실은 생성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