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of Earth – 침묵의 단면에서 들려오는 소리
수억 년 전의 시간은, 오늘의 우리와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디딘 땅은, 그 모든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나는 암석을 자른다.
단면 속에 겹겹이 쌓인 그 무언가—
소리 없는 파동, 흐르지 않는 강물, 식지 않는 열기.
그 모든 것이, 단지 색과 결로 남아 있다.
"Sound of Earth"는 억겁의 시간이 침묵으로 눌려 있는 암석의 단면을,
팝아트로 번역한 시각적 시리즈다. 시작은 철학이었다.
무심과 시간, 색과 에너지, 존재의 구조를 탐색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작업은 더는 철학만이 아니었다.
지구는 지금 울리고 있다. 불균형한 열기와 비정상적인 해류, 사라지는 계절,
쪼개진 지층과, 번지는 침묵.
나는 이제 이 작업을 ‘감각의 기록’이 아닌, ‘경고의 시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시리즈는 보는 이미지가 아니다.
들은 사람만이, 그것이 말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팝아트의 강렬한 선과 색 뒤에는 동양 철학의 순환, 지구의 심장 박동
그리고 인간이 외면한 질문이 숨어 있다.
"Sound of Earth"는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지층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