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인제에서

by Jung Jay

그 겨울, 인제 개인산에 가서 폭설을 만났다. 도착했을 때도 이미 눈은 꽤 많이 쌓여 있었고, 저녁부터 다시 폭설로 변한 눈이 놀라운 속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개인산 등산을 위함은 아니다. 정상 가까이에 있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되어 있는 약수터까지 가는 원시의 겨울숲이 궁금했고, 상상만으로도 내 폐부를 찌르는 듯한 그 시퍼런 공기를 느끼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majestic-winter-landscape-pine-forest-with-trees-covered-with-snow.jpg

순식간에 길이 끊어지고, 눈 속에 갇혔다. 내가 눈인지 눈이 나인지 모를 고요 속에 잠식된 퍼런 겨울나무들이 나처럼 서 있었다.


멀리 눈을 들어 바라본 세상은 아득한 경계 너머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 듯한 백색의 화염.

막연한 나의 시선이 꽂힌 주위의 숲은 내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frozen-winter-forest-fog-pine-tree-nature-covered-with-fresh-snow-carpathian-ukraine.jpg

나를 휘감는 허연 눈바람. 매서워지는 바람 끝, 바람의 길을 비로소 알겠고, 눈에 갖힌 소리 내는 모든 것들, 그들의 외로움이 보인다.


나는 어떤 기다림보다 막막한 겨울숲을 눈보라와 가로 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천마디 인고의 가뿐 숨을 내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