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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얼른 밥 먹어"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by 시호

나른한 주말의 끝자락, 밥은 차리기 싫고 쉽게 한끼를 때울까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찾았다. 메뉴는 최애인 갈비탕. 자리를 잡고 재빠르게 허기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김치, 깍두기를 작게 썰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워낙 맛집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의 테이블이 손님으로 가득 찼고 이내 옆자리에도 한 팀의 손님이 자리를 채웠다.


젊은 엄마와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보이는 아들.

내가 주문한 갈비탕이 이내 나왔기에 옆 테이블은 신경쓰지 않았다. 낮 12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어서인지 꽤나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한 술, 두 술 떠먹고 있던 중 꽤나 큰 소리가 들려왔다. 초등학생 아들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 그 소리가 꽤나 컸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두 사람은 갈비탕은 아니고 국밥 종류 중 하나를 주문해 나눠 먹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난 두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많게 봐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엄마가 자리에 앉은 후 단 한 번도 아들을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하러 왔다면, 응당 서로 대화를 하며 밥을 먹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말수가 적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린 아이와 온 부모라면 대부분 아이가 밥은 잘 먹는지, 관심있게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엄마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보지 않았다. 누군가와 카카오톡을 주고받는지 연신 양손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한 숟갈도 밥을 뜨지 않았다.


그렇게 한 20여분이 흘렀을까. 휴대전화에만 열중하는 엄마 눈치를 보느라 밥을 먹던 아들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엄마, 밥 좀 먹어. 한 숟갈고 안 먹었잖아~"


조금은 짜증이 섞인, 조금은 속상한 마음이 베어있는 말투였다.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장문의 카톡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를 너무 쳐다보면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처롭게 엄마에게 밥 먹으라고 신경쓰는 아들과 그제서야 밥 한 숟가락을 뜨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지만, 내가 밥을 먹는 30여분 동안 지켜본 그 아이는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 엄마를 신경쓰는 모습이 애처로워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엄마는 휴대전화만 보느라 아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누구나 부모가 되는 일은 처음이다. 그렇기에 어떻게하면 더 좋은 부모가 될까하는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고사리 손으로 엄마의 밥을 챙기는 그 꼬마친구를 보며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그리고 일상 생활 중에서 그 친구가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상처에 직면할지, 그 짧은 순간에도 아픔이 느껴졌다.


요즘 뉴스를 보면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부모가 되고, 그 어린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저버리는 일들이 알려져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부모가 되는 것에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또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결핍을 메울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엄마가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봐주길 바라며 애처롭게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꼬마 친구를 보며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그런 어른이 돼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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