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예비산모'가 되기로 했다
예비산모 記. 1
"이제 아이 낳을 때 되지 않았어요?" "나이도 많은데 빨리 낳아야지…"
어제는 결혼 언제할 거냐고 묻더니, 이제는 언제 아이를 낳을 거냐고 묻는다. 결혼식을 치르고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또 하나 해야 할 숙제가 남은 듯 아이 이야기를 물었다. 그냥 농담처럼 혹은 진짜 걱정되는 마음에 물었을지 모른다.
아이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아이도 좋아한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남자와 여자는 너무도 많은 일들을 생애 처음 겪게 된다. 시댁이라는 거, 친정이라는 거 그리고 만남의 시간은 있었지만 어떻게보면 낯선 사람과 24시간 함께 보내는 삶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새로 가정을 꾸렸다는 핑계로 친정, 시댁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해야 하는 등 결혼을지나 거쳐야 할 행사가 많다. 결혼하기 전에는 정말 몰랐지만, 맞벌이라면 몇 달간 주말은 각종 행사와 인사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그렇게 주말마다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어영부영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아이가 생기면 좋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와 남편의 '나이'가 적지 않은, 어쩌면 꽤 큰 난관이 될수 있다는 사실과 직면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산부인과와 친한 여자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 여성들은 미혼 시절 산부인과를 찾을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자궁 건강 상태가 어떤지 등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어렵게 산부인과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두 분 다 이상은 없습니다"라고 했지만 우리는 '난임 부부'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게 난 산모가 되고 싶었지만 '예비산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