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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해체를 통보받았다

by 시호

코로나19로 인해 출근과 재택을 섞어가며 근무를 이어가던 어느 날, 팀장님이 팀 전원에게 출근을 통보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괜시리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날 회의도 잡혀있던 터라 어차피 회사에 갈 예정이었지만,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몇 주 전 올린 팀 결제 메일이 인사팀에서 결제가 나지 않는 등 뭔가 안좋은 조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회사에 가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금일 예정된 오후 회의를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굉장히 급한 사안이라 월요일로 잡았던 일정인데 무슨 일인지 알수 없었다. 결국 다른 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취소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들려온 충격적인 내용. 그 회의를 취소한 이가 다름 아닌 우리 팀장님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서 이 담당자는 팀장님이 지난주 금요일 보내온 내용이라며 메일을 포워딩해줬다.


"..... (중략) 팀 내부 사정으로 이날 회의는 취소했으면 합니다... "


대충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팀 내부 사정이라니, 과연 뭘까. 쎄한 느낌을 도통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이날 오후 팀장님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난 주 금요일 인사팀에서 연락이 와 미팅을 했다. 우리팀을 해체하겠다고 통보했다. 정리하는데 얼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파악해서 하루 빨리 정리를 해달라고 하더라. 금요일 날 얘기를 들었는데 괜히 너희들에게 공유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주말만 고통스러울 것 같아 그냥 오늘 얘기했다."


팀장님이 지난 주말을 어떻게 보냈을지, 얼마나 지옥같았을지 말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갔다. 나의 마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쩌면 남들은 부러워했을지 모르는 탄탄한 회사. 하지만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려오는 퇴직 소식은 가슴 한켠의 불안감을 키워왔다. 혹자는 요즘 같은 시대는 함부로 사람 자르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사실 회사가 사람을 내보내자고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고 만다. 한주 전만해도 멀쩡히 회사를 다니던 모 팀장님도 갑자기 퇴직인사 메일을 보내와 당황했을 정도니.


"그 사람이라고 자녀들도 있는데 퇴사하고 싶었겠어? 회사가 하도 퇴사를 종용하니까 어쩔수 없이 나간 거지."


그렇다. 이렇게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요즘, 하물며 적지 않은 나이에 새 직장을 구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회사는 그런 점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이번 우리팀의 해체 통보 역시 그랬다. 사실 우리 부서는 돈을 버는 부서가 아니다. 윗 사람 입장에서는 못마땅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존재 가치가 있는 팀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생각이 중요할 뿐이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적지 않은 사람들의 미래가 결정된다. 이렇게 우리 팀은 정리 수순을 밟았다.


고민이 길어지는 요즘이다.. 야속하게도 하늘은 참으로 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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