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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으로 할수있는게 없다

by 시호

학창시절, 공부를 할 때만해도 열심히만 하면 무언가 세상을 바꿀만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하던 때도 있다. 아마 많은 학생들은 이같은 부푼 꿈을 안고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내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사회생활을 겪으며 결국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생각보다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물론 혹자는 세상을 바꿀, 엄청난 위업을 쌓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가 나였음을 깨닫는다.


2021년의 6월 그리고 7월이 유독 그렇다.

평생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큰 선택의 기로에 놓인 지금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나의 삶이 내가 아닌 다른 이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이 앞에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다.


나이를 하나 둘 더 먹을 수록, 무언가 거대한 힘에 의해 삶의 좌표가 움직이는 상황을 더욱 자주 직면하게 된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더 치열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일까.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최근 몇 년간 현실에 안주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지금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은 아닐까.


답답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만 아등바등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란 존재의 미미함을 깨달으며, 아무리 안달복달해도 생과 사처럼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물론 그럼에도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무언가 개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고, 이를 멈추지 말아야겠지만..


가끔은 그냥 요즘처럼 겸허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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