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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 1년 같다

예비산모 記. 4

by 시호

나도 모르게 시계로 눈이 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시간은 겨우 1분이 흘렀을 뿐이다. 정말 1분이 1년 같다.


단기가 됐든, 장기가 됐든 길게는 약 30일의 배주사를 맞은 후 난자 채취와 이식을 거치면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식 후 14일, 2주 뒤 '예비산모'는 1차 피검(피검사)이라는 걸 하게 된다. 수정된 배아가 잘 착상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시험관 시술에서 배아 이식이 끝나면 하루 많게는 4대까지 맞던 주사를 거의 맞지 않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큰 부담이 줄어든다. 말이 쉽지 솔직히 자신의 배에 주사를 찌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통증이 별로 없는 고날 에프펜은 그나마 쉽지만, 개인적으로 데카펩틸주 0.1mg은 주사를 찌르는 내내 통증이 심했다. 그래서인지 여러 개의 주사를 맞아야 하면 늘 이 주사를 맨 마지막에 놓게 된다.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최대한 뒤로 미루게 된다.


이식이 끝나면 당연히 이 주사들을 맞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2주간 일상 생활을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도 말이 쉽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시험관 이식 후 XXX'이라며 숱한 검색을 하게 된다. 이식 후 운동은 해도 될까, 음식은 어떤 걸 먹어야 좋을까, 또 누워야 있어야 하나 등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피마르는 13일이 지나고, 1차 피검사를 하는 14일째가 된 날이다. 병원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다니는 병원의 경우 오전 8시 전후에 피검사를 하면 당일 오후 결과가 나온다.

결국 피검사 후 5,6시간 정도 기다리면 당일 시험관 1차 피검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앞선 경험을 통해 1차 피검 수치가 잘 나와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안다. 1차 피검은 시작이었을 뿐 2차 피검, 초음파 등 넘어야 할 산이 계속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화유, 계유 모두 경험했기에 마음을 단단히 다잡자고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1차 피검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몇 시간의 시간이 정말 너무도 안 간다. 1분이 1년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갈 수도 있구나를 새삼 실감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그리고..

몇 년 같았던 몇 시간이 흐른 후...


또 안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눈물이 나면 오늘은 그냥 주저하지 말고 펑펑 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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