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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Dec 10. 2022

월급통장에 800만 원이 찍히면 행복할까?

한 날은 친구에게 직장에서 언제 제일 행복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친구의 답은 명료했다. 월급날 통장 볼 때 딱 그 순간만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나는 그 짧은 찰나, 어쩌면 금액을 확인하는 1초 동안도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11월 월급날, 월급통장에 800만 원이 입금되었다. 지금까지 받았던 월급 금액들 중, 가장 큰 액수다. 나는 뛸 듯이 기뻤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았다. 거액이라면 거액이라 할 수 있는 800만 원을 보는데도 마음에 그 어떤 작은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실수로 타인의 계좌로 잘못 송금을 했다고 하더라도, 당황이야 했겠지만 하늘이 무너질 듯 낙담하진 않았을 것 같다.  


내 성격이 덤덤하기 때문인가?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내가 첫 번째로 내린 결론은 이거다. 바로 '실물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매 월 현금 다발이 담긴 돈자루로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평소 돈자루의 크기보다 훨씬 더 큰 돈자루를 받는다면, 당연히 피부로 와닿는 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금된 '가상의 돈'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이 얘기를 친하게 지내는 전 직장 상사분에게 말했더니, "너가 그 돈을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아서 그럴 수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예전에 그분이 인센티브로 1억 넘는 금액을 받았을 때, 바로 은행 대출과 함께 분당에 아파트를 사셨다고 했다. 번듯한 내 집이 있다는 것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그 돈의 가치가 피부로 느껴졌다고 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적금, 예금, 비상금 통장으로 신속하게 나누면 내 수중에 남는 건 없다. 이 돈을 가지고 비싼 가방이라도 샀으면 그제야 좀 실감이 났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건을 막무가내로 구입하긴 싫다. 물건이 줄 수 있는 효용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능이 좋고 디자인이 이쁜 신제품들은 줄줄 쏟아질 테고, 자연히 현재의 물건에 대한 흥미는 없어질 거다.


돈, 나에게 있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돈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지금보다 연봉이 높아져,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고 한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결국 난 돈을 좇는 삶이 아니라, 나를 더 보람차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일과 시간들을 만드는 삶을 만들고 싶다. 그러다 보면 돈은 자연히 후순위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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