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프리 yefree Jun 08. 2022

‘재채기’에 대해 쓴 글이 조회수 2만을 넘겼다

기자 준비생에서 외국계 회사원으로 오기까지

2022년 중에 제일 기뻤던 일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 날을 뽑으리



회사 사무실에서 퇴근을 하고 문을 나서는데, 브런치에서 알림이 울렸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메시지.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

다음 메인에 글이 올라간 탓인지, 조회수는 빠르게 상승하여 10000을 찍었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고 간사하다. 만이라는 숫자를 찍으니 더 욕심이 나 2만까지도 갔으면 하고 내심 바랬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 욕심은 현실이 되어, 현재까지 조회수 21,928을 기록했다.




브런치 메인 화면인 editor’s picks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에 내 글이 떠있는 것을 보고

사무실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를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단순히 기계 알고리즘에 의해 내 글이 채택되는 것보다, 에디터가 픽했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모니터 화면 뒤의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나의 글을 읽고 선택을 하였다니 너무 고마웠다.




0. 기자 준비생의 글쓰기


언론 고시를 위하여, 매주 한 편의 논술과 작문을 썼다. 다들 이미 알겠지만, 진짜 ‘고시’는 아니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고시를 준비하는 것처럼 힘들다 하여 언론고시라 부른다.

현시점 뜨거운 논쟁이 되는 이슈에 관해 찬반 입장을 선택하고 글을 써 내려갔다.

내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논술과 달리, 작문은 이야기 형식으로 메시지를 은연중에 드러내도록 썼다.


‘뽑히기 위한’ 글쓰기는 재미를 느낄 여유가 별로 없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재에서 글쓰기는 흡사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힘들지만 매일 해야만 하는, 이미 굳은살이 배기어 습관으로 자리 잡은.


운이 좋게 한 지역 신문사 필기에 합격하여 최종 면접까지 갔으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기자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 건 최종 탈락이라는 충격이 아닌, 가난해지는 마음이었다.

편의점 삼각김밥 코너 앞에서, 먹고 싶었던 ‘명란 참치마요’와 700원이 더 싼 ‘그냥 참치마요’ 김밥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더 싼 것을 고르는 내 자신이 싫었다.

젊음과 꿈을 맞바꿀 만큼 깡과 용기가 부족했던 탓일까.

‘그래. 사기업에서 일하면서 언론고시 준비를 병행하자’ 라며 자기 합리화의 문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글 쓰는 행위는 내 인생에서 잉크가 서서히 번지듯 희미해졌다.



1. 외국계 회사원의 글쓰기


나는 자타공인 좀비 영화 덕후다. 뻔한 클리셰들 범벅이어서 쉽게 예측이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좀비물은 재밌다.

꼭 한 명씩 등장하는 빌런들, 이기적으로 굴다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사람, 내 가족과 친구가 좀비로 변하는 걸 지켜만 봐야 하는 슬픈 상황, 언제나 멋지게 희생하는 선한 히어로까지.

킹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지금 우리 학교는, 워킹데드, 부산행, 웜 바디스, 반도, 강풀 작가의 당신의 모든 순간 등 거의 안 본 좀비물이 없을 정도다.


그 중에 강풀의 <당신의 모든 순간>만큼은 모두가 봐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엔 펑펑 울고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그 ‘좀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은 채, 팔과 다리만 움직여 어기적 어기적 앞으로 나아가는 언데드

현재 얼마나 성과를 내고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인생이 무료하다고 느껴질 때 쯔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어떻게 하면 내 글이 읽힐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누를만한 제목은 무엇일지 정말 신나게 고민했다.



예비 베타 테스트가 되어준 친구들 고마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먹고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일은 사소한 조사까지도 하루 종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육체 입장에서 보면 참 모순적인 말이겠지만, 요즘 진심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글 쓰는 ‘업’이 아님에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체가, 브런치라는 멋진 글쓰기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쉽게 잘 읽히고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글들을 쓰고 싶다.

초심자가 느꼈던 이 마음 잊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친구 유튜브를 보다 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