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그맣고 따스하고 말랑말랑한
백화점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금세 꽃이 되어 환하게 피어나는 듯했다.
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연분홍 원피스를 입은 뽀얗고 해맑은 아기가 불현듯 다가와 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제 엄마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 혼자 있던 엘리베이터 안으로 아장아장 들어서던 아기가 고개 젖혀 문득 나를 올려다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낯선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환하게 웃어준다.
그 조그맣고 하얗고 따스하고 말랑말랑한 손을 내밀어 갑자기 천사처럼 고운 아기가 내 손을 잡으니 내가 어찌 꽃 피지 않을 수 있을까.
서너 살 적 손자가 롯데월드 초콜릿 가게에서 초콜릿 한 바구니를 욕심껏 골라 담더니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랗게 줄 선 엄마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며 웃음 짓던 그 봄날이 떠올라서 가슴이 따스해졌다.
내 고향 면사무소에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지난 한 해 신생아 출산율이 제로라고 한다. 최근 충북에 사는 지인의 전언에는 괴산군 교육청 산하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총 17명이란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흔하던 산부인과 병원은 사라지고 학교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우리 어머니는 5남 3녀 여덟 자식을 낳아 열아홉 명의 손자녀를 두셨는데 나는 두 아들(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산하제한 시대)에 손자 셋을 두었으니 한 두 세대만에 출산율이 이토록 절벽이 되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심란하고 걱정스럽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들 한다. 그러니 갈수록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혼인을 하더라도 아기는 낳지 않고 속 편하게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겠다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을마다 새소리처럼 흔하던 아기 울음소리조차 이제는 거의 들을 수 없다.
골목골목마다 떠들썩한 아이들이 노는 즐거운 소란마저 사라진 적막한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그토록 귀한 존재인 사랑스러운 아기가 아장아장 다가와 내 손을 잡으니 내가 어찌 환하게 꽃 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꽃샘추위로 매서운 날씨여도 어여쁜 아기의 체온처럼 따스하고 행복하고 훈훈한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