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에 세상 떠난 아버지가
병자년 이른 봄에 쓰신 액자 앞에서 먹먹해지는 저물녘
" 지초와 난초는 번식시키기 아주 힘들다
그러나 가시덩굴은 한없이 잘라도 한없이 자라 만난다
사람도 이와 같이 쓸만한 놈 일찍 세상 떠나고 모리 정상배만 우굴거리네
이러한 가운데 휩쓸려 우왕좌왕 살다 보니 팔십 평생 다 되었네
초로와 같은 우리 인생 참되게 살다 가려 노력했는데
남겨놓은 일도 없이 해가 저무네"
아버지의 쓸쓸함이
아버지의 허무와
아버지의 후회
팔순 아버지의 절망이
시리도록 가슴에 스미어
붉디붉은 노을로 번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