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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들의 세상에 아싸 하나

 오늘도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따뜻한 이불속을 스르륵 빠져나와 식탁에 앉는다.

이런, 어젯밤에도 노트북을 끄지 않았나 보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뭐라도 써야겠다.


2021년 6월에(5월인가?) 브런치 작가 심사 통과 메일을 받았다.

처음엔, 세상의 한 귀퉁이를 얻은 기분으로 나만의 브런치에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브런치는 매일매일 작가들을 쏟아냈다.

브런치는 10월에 작가들에게 출간 작가 프로젝트에 응모하라고, 이번엔 네 차례라고 충동질했다.

나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추석 연휴 내내 글을 쓰고 작품을 응모했다.

결과는 말해봐야 뭣하겠는가.







 또 하나의 글쓰기 공간인 블로그.

블로그를 열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6년 1월인가 보다.

그렇다면 벌써 꽉 찬 6년 차다.

누구는 블로그 6개월 만에, 혹은 1년 만에 블로그 이웃을 1000명을 넘게 찍었다는데

나는 어젯밤 내 블로그 이웃이 800명을 딱 넘는 순간을 봤다.

6년 차에 블로그 이웃 800명이라니.

물론 내가 오프라인에서도 좀 혼자 다니는 편이고 온라인 상에서도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하는 편이 아닌 것은 잘 안다.

그래도 꾸준히 블로그의 글을 쓰고 있는데 6년 만에 블로그 이웃 800명은 좀 너무 아싸스러운 숫자가 아닌가?

한해를 돌아오며 온라인을 정리하다 보니 이래저래 좀 기가 죽는다.









그래, 뭐 어차피 나는 세상과 경쟁하지 않았다.

인싸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애당초 경쟁의 마음을 접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랬다.

아침 등굣길에 준비를 마치고 버스정거장에 섰노라면 정거장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며 슬그머니 뒷걸음을 치곤 했다. 꽉 찬 만원 버스에 밀리고 매달릴 용기가 나지 않아서 버스를 그냥 보낸 적도 많았다.

지각도 많이 했지만 졸업은 했다. 밀리고 밀려도 갈길은 갔다.

결혼도 좀 늦었고, 육아도 좀 늦었고, 나만의 일 시작도 좀 늦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 성인이고 나는 지금 나만의 일에 푹 빠져있다.


온라인의 두 개의 공간에 나만의 글을 쓰고 있다.

넓디넓은 온라인에 두 개의 귀퉁이를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6년 만에 800명의 이웃뿐이지만 2022년엔 1000명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물론 그사이 인싸들은 10000명이 넘는 이웃과 팔로워를 갖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인싸와 아싸를 구분 짓는 것도 부질없다.

인싸들도 그들의 일과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경쟁구도에 있는 한 그들도 영원한 아싸 일뿐이다.


내가 글을 쓰며 때론 행복하고 때론 좌절해도 이것은 오로지 나만의 것,

행복도 좌절도 나만의 것이다.

오늘 죽을 것 같아도 내일 또 살아나는 것이 인간이다.

오늘 행복해도 내일 또 불행해지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이치인가?

이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말한다.






새로 산 2022년 다이어리 속지의 목표에 숫자 따위는 쓰지 않으련다.

뭐 또 쓸 수도 있다. 다 내 맘이다.

내 맘대로, 내가 하고픈대로, 내가 만족한 대로 2022년에도 인싸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

나는 또 아싸로 살아가련다.




블로그 이웃이 이제 딱 800명, 6년만의 800명, 얼마나 아싸스러운 숫자인가? 800명의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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