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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

나 혼자 읽는 글

 다급하고 갈급함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누구에게라도 찾아가 털어놓고 싶은 아침이다.

길가는 사람이 아무렇게 던져주는 동전 한 푼에도 마음이 살아날 것 같은 아침이다.

준비하고 계획했지만 날아오는 펀치 한대에 무릎 꿇었다. 황망하다.

분명 잡은 것 같았는데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새어 내리는 모래알 같다.









 꾸역꾸역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서 나의 것을 세어본다.

그것이 있고,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

그것들이 꼭 영원한 내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내게 속해있다.

다만 내게 없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열개가 있어도 원하는 하나가 없으면 이토록 불행한 것이 인간이구나.

나 자신이 너무 어리석고 부끄러워서 슬프다.










 시간만이 약이 되는 아픔이 있다.

만개의 약이 소용없고 명약도 소용없다.

다만 시간이 약이 되기 전에 죽을까 봐 두렵다.

깨고 부숴도 끊임없이 내려오는 테트리스의 사각형처럼,

가망 없는 싸움에 백전백패, 오늘도 패했다.








바로 며칠 전 써놓았던 한숨 가득한 이 글을 오늘 오전에 다시 꺼내본다.

그날의 슬픔은 모두 사라진 이 아침이다.

하지만 언제나 다시 얼굴을 바꾸어서 찾아 올 이 익숙한 얼굴과 이름들일 까닭에

이어서 쓴다.

해는 뜨고 지고, 슬픔과 희망도 앞을 다투며 뜨고 지고

이토록 변화무쌍한 감정이라니

어제는 너무 바빠서 마음을 느낄 수 조차 없었다.


오늘 아침 마치 출정을 앞둔 장군처럼 눈을 감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는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새도 하늘을 가르며 날고

나도 나의 하루를 살아가면 그뿐,

홀가분해진 오늘 아침,

오늘은 한껏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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