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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는 아홉수에 삼재입니다만

2월이 유난히 힘들었다.



 뭔가 힘든 사건이 빵빵 터져야만 삶이 힘든 것은 아닌가 보다.

별다른 사건 사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이 쳐지고 다운된 기분이 좀처럼 올라오지를 않는다.

평소의 루틴이 깨진 것은 아니다.

늘 그렇듯이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사과와 계란 그리고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약간의 집안일을 하고 나면 노트북을 여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노트북을 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블로그가 텅 비어있고 브런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뭔가를 써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더 그것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이것은 일종의 회피이다. 

직면해야 할 문제나 해야만 할 일들이 있을 때 너무 하기 싫고 부담이 느껴지면 애써 외면해버리고 어딘가로 도피해버린다. 주로 멍 때리기, 하염없이 넷플릭스 보기, 한숨 쉬며 자학하기 등등..

그렇게 2월을 보냈다. 








2022년은 아홉수에 삼재가 시작되는 해, 

라고 네이버가 알려줬다.




 해가 바뀌기 전 이면, 호기심에 신년운수를 찾아보곤 했었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무료로 토정비결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신한생명이라고 말 못 함

사실 대부분은 맞지 않거나 , 맞지도 틀리지도 않는 엉뚱한 소리들 일색이지만 그래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고 가끔 읽어보곤 한다.

그런데 2022년이 시작되기 한 두 달 전쯤에 포털에 운세 관련 검색어를 넣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올해 용띠가 삼재란다. 용띠뿐만 아니라 쥐띠까지 삼재란다.

오 마이 갓, 우리 집은 우리 부부가 동갑내기 용띠이고 아들이 쥐띠인데, 그렇다면 딸을 제외한 세 명이 삼재?? 어째 이런 낭패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아홉수에 맞는 삼재는 더 힘들다는 글까지 읽어버렸다. 

그래서 2022년은 몹시 힘든 한 해가 되겠다고 지레 겁을 먹었던 터다.







그리고 지금은 2022년 3월이다.




 1월은 일하느라 정신없었다. 

한해 중에 1월과 8월은 평소보다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달이라 정신없이 지나간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늘어지면 끝이라 잘 몰랐다. 바쁜 1월은 그렇다고 해도 1월이 끝나면 좀 한가해지고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2월이 1월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에너지가 다 털려서 힘이 들었다.

2월을 겨우 보냈는데 3월도 여전하다.


3월엔 숫자들도 좋지 않다. 

연일 20만 이상이라는 숫자가 내 일터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숫자와 상관없이  올해부터 삼재라더니, 시작될 조짐인가? 싶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든 것이 너무도 당연한 건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3월도 힘들고 4월도 힘들고 3재가 끝나는 2024년까지 이지경이라면?

이런 심정으로 3년을 살 수는 없는 거다.

어찌 됐던 살아야 한다.

매일 하는 루틴대로 새벽 일어나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엔 지친 몸을 좀 쉬게 하고

올 해가 아홉수에 삼재라고 해도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하던 대로 일을 하고  가던 길을 죽 가는 것





 세상의 숫자는 좋지 않고 나는 삼재지만 

이제 곧 꽃이 필 거고 나무들이 살아날 거다.

나도 거기에 발을 맞춰서 가야겠다.

힘들어도, 회피하고 싶어도 다시 노트북을 열어야겠다.

그리고 뭐라도 써야겠다.

그렇지, 뭐라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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