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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달과 나의 별



겨울의 달은 차다.

차가운 겨울 하늘의 차가운 달 옆에 

반짝반짝 따뜻한 빛을 내뿜는 별들을 보고 싶어서 강원도로 떠난 적이 있다.

잘 곳이 없어서 밤기차로 무작정 떠났었다.

늦은 밤, 기차 안에서는 하늘의 별을 볼 수 없었고

겨울바다의 아침해를 보고 다시 돌아왔었다.

기억은 몹시 감각적이라

기차 창에 서리던 입김과 덜컹거리는 기차안에서  흔들리던 나의 몸과 누군가 뒷목을 잡을 듯한 두려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별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던 어느 해 여름밤에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창밖 밤하늘에 촘촘하게 별들이 붙어 있었다.

별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았으니 이탈리아 여행은 못해도 족하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내년엔 오로라가 쏟아지는 곳으로 가서 다시 한번 별을 보고 싶다.









이도시엔 별이 없고 빌딩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퇴근길에 가끔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엔 덩그러니 차가운 달이 있다.

때론 새침하게 때론 환하게 때론 크고 차갑게

그 달을 보노라면 예전엔 미처 몰랐던 사무침이 올라온다.



봄 여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저 달이 줄곧 내 인생을 따라오며 나를 비추는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마음 둘 길 없어서 길거리를 방황할 때도 나를 비추고 있었는지는,

춘천여고 대 운동장에서 달을 보다가 달무리에 숨이 탁 막힐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차가운 달이 나를 따뜻하게 하고 안심시킬지는, 달을 보며 목놓아 울 줄은


땅에 가만히 서서 달을 보고 있으면 이다지도 내 마음이 안심이 될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이도시에 별이 없다고 해도

이젠 안다.

별은 내마음에 뜬다.

오늘밤에도 내별이 뜨겠지.

가만히 나의 별을 헤아려본다.



© Greg Rakozy,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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