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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도 또 하루를 산다

달리 방법이 있는가?

때로는 몇 날 며칠을 아무런 생각이나 영감 없이 시체처럼 살아가는 시간들이 있다.

뭔가에 중독되어 엄청난 엔돌핀을 뿜으며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이런 지루한 시간들은

우울하고 견디기 힘들다.



나는 요즘 화분의 시든 식물처럼 살았다.

내 화분의 흙은 물 한 방울까지 모두 말라버렸다.

버석버석 흙이 마르고 나도 말랐다.


시들어가는 화분에 뿌리가 젖을 정도로 물을 흠뻑 주고 창가에 올려놓으면 화분의 식물은 거짓말처럼 살아난다. 조용한 공간에 자신의 존재를 맘껏 뿌리는 터질듯한 생명력이 더없이 아름답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물을 주고 햇살 가득한 창가에 놓아주길 기다린다.









맥 빠진 채 일터를 오가고 영감 따위 기대도 하지 않은 채 로봇처럼 일을 한다.

꾸역 꾸역 밥을 먹고 잠을 청한다. 운이 좋으면 한숨 푹 잘 자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이 또 며칠 지나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살아난다.

이토록 생물학적인 존재라니.


그리고

두꺼운 표피, 쩍쩍 갈라지는 단단한 껍질, 그 나무의 밑동으로 작고 연약한 이파리 하나 돋아난다.

죽은 나무 같았던 고목 밑동에 연두색 연약한 이파리가 삐죽 튀어나오면 여전히 단단하고 갈라지는 표피지만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 그 새싹은 자라서 또 나무의 줄기가 된다.

계속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루를 사는 것외에 달리 방법이 있는가?

그래서 오늘도 또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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