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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지구,

보도블록은 젖어서 축축하게 빛나고

차들은 그 위를 마구 달린다.

도시의 온갖 불빛에 빗줄기는 반사돼 반짝인다.

느닷없이 고개를 들었을 때

창밖의 그런 풍경들이 내 맘속으로 파고든다.


이렇게 마구 늙어버렸는데 세상은 아직도 너무나 아름답고 반짝인다.

언젠가는 이런 세상을 두고 나는 지구를 떠나게 되리라.

그날이 오늘이어도 상관없이 느껴진다.

오늘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죽기에도 참 괜찮은 날인 것 같다.


떠날 때는 지구에게 안녕, 인사를 남기싶다.

아직 힘이 남아있는 팔 하나가 있다면

그 손을 힘겹게 들어서 흔들며 인사하리라.

안녕 지구,

나의 안녕은 헬로가 아닌 굿바이


창밖에

얼굴이 하얗고 노란색 털 코트를 입은 소녀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나간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은 젊지 않은 남자가 강아지 줄을 잡고 그 뒤를 따라간다.


그냥 좀 더 살았으면 좋겠다.

헬로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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