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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안된다는 사람, 오랜만이야.

쇼미 더 머니 10, 비오가 쏘아 올린 공

 늦가을을 마감하고 겨울 초입,

느닷없는 추위가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11월 말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쇼미 더 머니 10 때문이에요.


이번 시즌이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금요일 밤 늦은 시간이라 일주일의 모든 일을 마감하고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딸과 함께 아껴가며 보고 있어요.







늙수그레 당신은 트롯에 가서 노세요




 그래요, 내 나이가 힙합을 소비할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팝의 수혈을 받은 1세대랍니다.

한창 감수성 터질 나이에 가요보다 팝을 더 먼저 알았어요.

아주 어려서는 아버지가 늘 틀어놓았던 빨간색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롯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가끔 트롯도 더러  들어요.

나의 플레이 리스트에는 "울고 넘는 박달재"와 "봄날은 간다"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듣는 음악은 팝이랍니다.

트롯 열풍이 전국을 휩쓸을 때도 잘 몰랐어요.

지금도 잘 모르고요. 물론 아이돌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요.


출퇴근길에 조금씩 시간을 내서 좋아하는 팝을 듣고 있는데

요즘은 쇼미 더 머니 의 곡들을 줄곧 듣고 있습니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과 잘 어우러져서 올해 음악들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힙합이 주는 매력은 그 서사예요.




 물론,

까만 리무진에서 내리고(비오) 막무가내로 돈을 내놓으라는(머드 더 스튜던트)

물질만능과 플렉스와 허언증이 넘치는

그들의 서사는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너무도 직접적이라 그 솔직함에 희열이 느껴져요.

전 세계가 미친 듯이 돈을 찍어내고 있고 전 국민이 부동산 열풍에 주식 열풍인데,

어른들은 점잖게 돈 얘기를 해서 괜찮고

이들은 대놓고 돈 얘기를 해서 거북스러운 건 아니잖아요. 그죠?

어른들의 돈 얘기는 더욱 더럽고 치졸해요. 에잇


이들의 서사는 그것뿐이 아닙니다.

자신이 세상과 어울리지 못해서 뾰족한 가시지만(조광일) 10년이나 그렇게 살아왔으니

너를 찌르던 나를 찌르던 피칠갑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서슬 퍼렇지만 어딘가 자조감이 드는 서사도 있고,

쇼미 더 머니 4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나 다시 또 똑같은 무대에 나온 베이식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하며 이 노래가 끝나면 엄마를 데리러 갈 테니 여기서 내려달라는 에이체스의 가사에는 마음이 아렸죠.  이번 서바이벌에서 유일한 여성 래퍼 신스는 아버지가 자신보다 송가인을 더 좋아한다는군요.


우리는 모두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잖아요.나도 나의 얘기가 있어서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노트북을 껴안고 있는 거고요.

나는 저들처럼 저렇게 서슬 퍼렇게 말할 재능이 없어서 슬프고 씁쓸해요.

젊음이 없어서일지도 모르죠.

무조건 목표를 향해 가겠다는 저들의 의지가 참 아름답습니다.

내게 안되는  없어, 안된다고 그렇게 말하는  같은 사람,  오랜만이네.

내게도 저말을 일갈할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나이가 아닌 감성, 추억



 

 그들의 서사가 너무 직설적이라 가끔 듣기가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욕설이 난무한 곡은 제발 블러 처리 좀 해주세요.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저미고 예전의 감성이 살아나요.

그게 좋아요.

나이든다고 한번 수혈받은 감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제 몇회 안남은 쇼미 더 머니 10,

승자와 패자의 결과와 상관없이 젊은이들의 모든 서사를 응원합니다.



비오, 네이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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