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너는 한 뼘이나 더 자랐다.
손톱으로 그어 놓았던 눈금 위로 훌쩍 솟아오른 너의 머리
삭삭 깎아놓은 하얀 밤톨보다도 더 밤톨 같은 네 머리통
방금 뛰어들어온 너의 머리카락에선 언제나
먼지 냄새, 흙냄새
그리고 허공에 부서지는 햇살 냄새가 났다.
너의 머리에 코를 묻고 있으면
어지럽고 아득하고
언제든지 살고 싶고
또 살고 싶어 눈물이 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하길래
나는 진짜 너의 머리통을 내 눈에 넣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여름도 끝나서 멀리 가고
우주도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가는데
너도 그 뒤를 따라간다.
어서어서 더 멀리 더 멀리
갈 수 있는 만큼 너는 간다.
수억 광년을 멀어져 간다.
내게 남는 건
먼지 냄새, 흙냄새
허공에 부서지는 햇살 냄새
사랑한다.
잘 가라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