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58세, 늙었다? 아니 젊지 않다.
키 162 cm에 아침에 올라가 본 체중계 숫자는 60.7, 헉
오십견으로 어깨의 통증이 심해서 팔을 뒤로 돌릴 때마다 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주름진 얼굴에 눈밑은 어둡고 치아도 부실하다.
거울을 보면 바래서 사라질 것 같은 얼굴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노트북을 켜면 글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침침하다.
이 정도면 행복할 일이 없는 나인데
행복하다.
사실 오늘은 새벽부터 행복했다.
새벽에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여니 선선한 바람이 훅 들어왔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왔는데 이제는 벌써 지난여름이 됐다.
가을을 생각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올 가을까지는 살아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해졌다.
갑자기 죽을 일이야 있겠냐만.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홍옥 하나를 깎고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 또다시 행복해진다.
"미세먼지 최고 좋음"으로 거실을 통해 보이는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저 멀리 북한산까지 보인다.
커피 한 모금을 입안에 가득 넣고 앉아 있자니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
노트북을 열고 브런치에 접속한다.
물론 생각만큼 글이 잘 써지지는 않았다.
하루치 행복 충전 끝?
아니다.
출근하는 길도 행복 예약이다.
어제 택배로 받은 가을 셔츠를 입고 출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맘에 드는 옷을 입고 청춘에 들었던 노래 한 두곡을 들으며 출근하는 그 시간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물론 오후에 일터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다.
그건 그때 가서..
지금은 행복을 즐기기
나는 지금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