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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써야지(2)

어쩌다 보니 노트북을 끌어안고 살게 됐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다이어리에 또 꾹꾹 눌러 글을 쓴다.


오후 출근길에 가방이 너무 무겁다.

노트북 하나, 다이어리 한 권,

읽고 서평을 써야 하는 책 한 권,

어깨가 내려앉을 지경이다.

퇴근길에 카페에 들러서 글을 쓸 맘으로

꾸역꾸역 가방을 채운다.

이렇게 가는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


밥을 하듯이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이런 거였다.

몇 시간을 씨름해서 한 꼭지의 글을 써내자마자 다음 꼭지의 글을 써야 하는 것,

아침밥을 해 먹이고 돌아서면 또 밥을 해야 하는 것처럼.

어제 앉았던 똑같은 그 자리에 앉아서

똑같은 제스처로 노트북을 열고 똑같은 한숨을 내뱉는 일,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거였다.

늘 똑같이 해가 뜨고 지는 일이고

똑같은 지점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다.

어지간해서는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다.


남의 말을, 남의 글을 훔쳐서 아무도 모르게 내 것처럼 만들고 싶은 저녁,

한 문장도 건지지 못하고 터덜 터덜 집으로 간다.

불행하고 부질없고 헛된 저녁이다.


어쩔 수 없는 나는 어쩔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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