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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의 한가운데에서

돌이킬 수 없도록

저 쪽으로 가고 싶어




 

다리의 중간쯤 와 있다.

어쩌면 다리의 초입일지도 모른다.


이쪽으로 다시 돌아 갈지, 저쪽으로 계속 갈지 모르겠다.

오도 가도 못하고 서있다.

에잇,

어차피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으니 그냥 가야겠다.


이편의 삶도 괜찮았다.

처음부터 괜찮았던 것은 아니어서 나는 이편의 삶이 늘 감사했다.

괜찮은 삶도 시간이 지나면 무료해진다.

감사해야 하는데 감사하지만 무료하다.

배은망덕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편의 안정된 삶이 무료해져서 두리번거리며 새로운 삶을 찾았다.

강 건너 저쪽에 뭔가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언뜻 내가 늘 바라던 곳이 저곳인 것처럼 느껴졌다.

저쪽으로 가고 싶었다.

다리를 건너야 저쪽으로 갈 수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잔재주가 조금 있어서 그 잔재주로 호기롭게 다리 초입에 들어섰다.


다리에 올라서니

다리는 생각보다 길고, 멀었다.

이미 앞서서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고

나는 그중에 작고 느린 한 사람에 불과했다.

나의 잔재주는 거덜 났는데, 

크고 빠르고 멋진 인간들이 다리를 유려하게 건너고 있었다.



우주에는 공짜 점심이 없어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듯,

부지런히 다리와 날개를 퍼덕여 조금씩 다리를 건넌다.

그들도 처음부터 황새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황새는 황새이고 뱁새는 뱁새인건가?

모르겠다.


난 아직 뱁새지만 비밀 하나를 알고 있다.

이 세상에는 건너지 못할 다리가 없다는 것이다.

구르던 뛰던 어떤 택을 하던 이 다리를 건널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주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점심을 먹으려는 자, 점심값을 내야 한다.

나는 기꺼이 점심값을 낼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들도 수많은 점심값을 지불했을 터다.

우선은 어찌 됐던 좀 더 건너가 봐야겠다.


아니 돌이킬 수 없도록 반을 훌쩍 건너가야겠다.

삶의 이편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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