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 원이 1억 2천으로..

노동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장 화려하고 위험한 날들

by 김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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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이게 진짜 경제적 자유다."


내 손에 쥐어진 돈은 1억 2천만 원이었다. S사에서 5년 동안 다니고, 악착같이 모은 8천만 원이, 비트코인이라는 파도에 올라타자 단 몇 달 만에 1.5배가 되어 돌아왔다.


허탈했다. 젊은부자들은 이렇게 돈을 버는것인가?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보통 수익이 나면 고점에서 팔고 싶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지만, 첫 월급부터 주식 재테크를 해온 나로선 적당한 선에서 수익을 내고 빠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땀'보다 '선택'이 중요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그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았다. 나는 수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이런 기회가 나에게 와도 되나? 이렇게 돈을 버는게 맞을까? 오히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붙잡는건 아닐까? 그래서 과감해지기로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으로 맛본 달콤함은 나를 더 높은 곳으로 보내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내가 만난 한 '스승'은 새로운 사업을 소개했다. 단순히 사고파는 게 아니라, 채굴기에 투자하고 사람을 모으면 보상을 주는, 소위 말하는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이 결합된 코인이었다.


"혹시 이게 불로소득을 얻기 위한 발판이 아닐까?"


나는 내 전 재산을 그곳에 '올인'했다. 걱정보다 기대가 더 컸다. 온라인 마케팅도 자신 있었다. 겁? 그런 건 없었다. 이미 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전부 설계해 두었고 실행만 하면 되었다. 마치 그동안 해왔던 부동산, 제휴마케팅, 온라인 수익화들이 이 때를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한달만에 통장에 돈이 2,000만 원을 찍었다. 회사 다닐 때 1년 내내 뼈 빠지게 일해야 만질 수 있는 돈이, 한번에 벌렸다. 나는 순식간에 '성공한 젊은 사업가'가 되었다.


대인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나는 주변에 소개만 해주어도 사람들은 믿고 투자 해주었다. 그리고 화려함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게 태국세미나였다. 투자한 코인 회사가 주최한 글로벌 세미나. 그곳에서 나는 '우수 사업자'로 선정되어 무대에 올랐다.


화려한 조명,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 그리고 맛있는 밥.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는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 화려한 조명이, 사실은 나를 벼랑 끝으로 유인하고 있는줄 말이다. 그리고 약속된 날짜가 다가왔다. 세미나는 바로 그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는 날을 기념하는 행사였고, 상장만 되면 지금 가치의 수십 배가 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나는 내 성공 신화가 완성될 마지막 퍼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상장 되었다. 차트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아니, 곤두박질이라는 표현조차 사치였다. 시작자체를 예상과는 전혀다른 금액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분명 상장은 제대로 되었다 실제로 거래도 가능하다. 매우 기념비적인 일이 맞다. 하지만 2천원대에 상장되어야 할 코인은 10배 떨어진 200원대에 상장되었고, 내 전 재산과 나를 믿고 투자해 준 사람들의 돈의 가치가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이후 꾸준히 나오던 채굴수익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코인은 오를줄 모르고 횡보하고 있다. 주변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이렇게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끔찍했다. 믿을수가 없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날만은 생생히 기억난다.


그렇게 난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바닥의 흙맛을 보았고, 지하세계까지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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