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터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도망 대신 책임을 선택 했다.

by 김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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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원. 내 꿈의 가격이 2,000원에서 0하나가 빠지는걸 보고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차트는 곤두박질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200원대에 상장 되었다. 마치 누군가 몰카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돈이 날아간 것 보다도 나를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이 먼저 생각났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스마트폰은 어떻게 된거냐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핸드폰의 내용들은 기대감으로 가득찼으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거야?" "예상가격이 아닌데?" 라는 연락이 내 폰을 도배 했다. 나도 피해자라고, 회사가 약속을 어긴 거라고, 나도 전 재산을 다 잃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회사 측은 이 사태를 분명히 알것인데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양 화려한 조명과 MC의 진행은 계속 되었다.


나는 어안이벙벙한 채로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된거지라며 추측하기 시작했지만, 당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건 단순한 하락이 아니다.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올라왔고,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굴 보상으로 나오던 코인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원금을 회수할 길은 요원해 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코인을 국내로 가지고 들어온 사람이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들어온게 아니라 국내용으로 변형해서 가져온 사실이 들어났다. 또 그 사실을 본사에선 알고 있었음에도 인용해주고 있었다. 결과는 대표라는 사람의 구속행이였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있었다. 내 스폰서는 책임은 투자자 본인의 것 이라는 말로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다. 나 또한 그럴 수 있었지만, 천성이 그러질 못했다. "투자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냉정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리더들은 나도 회사에 속았고, 나도 피해자니까. 라며 연락처를 바꾸고 잠적하거나, "나도 돈 잃었다"며 하소연 하는식으로 나왔다. 그게 이 바닥의 생리였다.


나는 나를 믿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내 돈으로라도 물어주기로 했다. 혹시나 그런 나를 보고 욕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오히려 죄책감에 밤새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매도 먼저 맞는게 났다는 생각이였다. 그리고 S사를 나올 때 다짐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 인생의 핸들을 내가 잡겠다.'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치는 순간, 나는 내 인생의 운전대를 '비겁함'에게 넘겨주는 꼴이 된다고 생각했다. 잘 될 때만이 아니라, 실패도 오롯이 안고 가고 싶었다. 비록 돈은 잃었어도, 내 이름 석 자와 양심까지 팔아먹고 싶지는 않았다.


"계좌번호 주세요. 제가 보냅니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내 수중에 남은 돈을 털기 시작했고, 그들의 코인을 전부 회수했다. 비트코인으로 벌었던 수익금, S사 퇴직금의 잔해까지 나를 믿고 투자해 준 지인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었다. 이체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 통장 잔고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억 2천만 원까지 불어났던 자산이 0원을 향해 달려갔다. 손이 떨렸다.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행이다"라며 돈을 받고 떠났다. 여기서 인맥이랄 것 까진 없지만 거의 90%의 인간관계가 정리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돈을 보내겠다고 하자 끝내 거절한 분도 있었다. "됐어. 투자는 내가 결정한 거야. 네가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잘되면 내 몫이고 안 되면 네 탓 하는 건 아니지. 너도 힘들 텐데 마음 써줘서 고맙다. 수업료 냈다고 칠게." 너무 고마웠지만 난 그 사람을 결국 잃었다.


모든 정산이 끝났을 때, 나는 완벽한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다. S사 파란 사원증도 없고, 통장의 1억 원도 사라졌다. 태국에서의 화려한 조명은 꺼졌고, 내 앞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 남았다. 이제 끝난 걸까? 아니, 차라리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경제적 자유를 쫒고 있었다. 다단계는 제대로된 회사만 만나면 돈을 벌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로 수 많은 회사를 컨텍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경제적자유'그 달콤한 속삭임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100만 원, 150만 원, 180만 원... 짜잘하고 비참한 '연쇄 사기'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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