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시키는 일만 해도 벅차잖아. 월급만큼만 일하자는 생각도 잘못은 아니라고 보는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자주 한다. 나 역시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남들과 같은 속도로 걸어서 남들보다 앞서기란 쉽지 않다. 지금 더 멀리 가고 싶다면, 시키는 일만 하는 데서 멈추면 안 된다.
“시키지 않은 일까지 왜 해야 하나”
“굳이 아무도 안 시킨 일까지 해야 하나?”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걸 만들라는 얘기는 아니다.
똑같은 결과라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낼 방법을 찾으라는 의미다. 지금 하는 업무에 숨어 있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문제나 비효율을 건드려보자는 뜻이다.
7년째 마케팅을 하면서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작은 개선이 쌓여서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신입 시절, 프로모션 효과 분석을 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제대로 안 구해져 선배들이 우왕좌왕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우리 팀에서는 직접 추출이 안 돼서, IT팀에 요청해야 해.”
“그게 번거롭고, 그냥 비슷한 데이터로 대충 분석하면 되잖아.” 솔직히 ‘왜 이렇게 대충 넘어가나?’ 싶었지만, 당시 나는 신입이라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다.
그러다 똑같은 업무가 내게 주어졌을 때 ‘직접 프로세스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IT팀을 찾아가 “이런 데이터를 뽑으면 현업에도 도움이 크다”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IT팀도, 내가 의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니 움직였다.
결국 우리 팀은 더 쉽고 빠르게 프로모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게 됐다. 비록 회사 전체를 뒤흔드는 혁신은 아니었지만, 팀 내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소중한 성과였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하긴 어렵지 않나”
열 번 중 아홉 번은 벽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럴 때면 지치고, ‘이 정도면 잘하는 것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된다. 하지만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은 못해도 하나씩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시도를 거듭하다 보면 결국 하나는 뚫린다. 그리고 그 하나가 쌓여서 평판이 달라지고, 커리어가 바뀐다.
단, 정작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아이디어만 남발하면 역효과가 난다. 본연의 업무를 확실히 해내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협업 부서나 팀원들과 사전 교감 없이 혼자 나서면, “쟤 왜 저러지?” 하는 반응만 돌아올 수도 있다.
회사 일은 항상 예측 못 한 변수로 가득하다.
마케터라면 특히, 상황을 해결하고 결과를 내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된다. 오늘부터 작은 질문 하나만 더 던져보자.
‘지금 맡은 업무, 좀 더 간단하게 처리할 수는 없을까?’
아무도 시키지 않은 그 개선이, 결국 나를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마케터로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