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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로운 이직, 그만큼 빨랐던 퇴사

by 콩떡아빠


불과 몇 개월전, 당시 다니던 회사를 죽어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첫 회사, 6년 간 한 팀에서 똑같은 업무를 맡았었기에 권태의 끝에 다 달았다. 물론 새로 부임하는 상사 혹은 부서이동으로 오신 동료들은 '네가 없으면 안 된다'는 일종의 감사한 말씀이자 가스라이팅 아닌 가스라이팅이 있었다.


그래도 내가 그만둔다 하면 누구든 말릴 수 없지란 호기로운 마음으로 이직을 준비했고 새로운 업무와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나름 인지도가 높은 회사로 이직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기업 규모나 업력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회사였고 주변에선 우려도 많았다. 그때만 해도 성장이라고 생각하고 어차피 오래 있을 것도 아니니 버티면 되지란 마음이었다.


그리고 퇴사를 하고 다음 주 입사를 했다.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며 처음으로 팀원들을 마주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업무 세팅을 하는데 조금 삐걱거렸다. 나름의 가이드가 있었지만 틀린 내용도 많았고 가이드가 있으니 '알아서 해보시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란 뉘앙스였지만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도 처음이면 보통 세팅을 어느 정도 해주시지 않나?'란 핑프스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어찌 해결은 했다.


그런데 이런 감정들이 일하는 모든 과정에서 느껴졌고 그 강도는 높아졌다. 이게 성장하는 회사가 요구하는 속도인가? 이게 그렇게 말을 하던 체계가 없다는 것일까? 가이드는 있지만 이 가이드를 둘러싼 여러 맥락과 사정들이 있을 것인데 그저 가이드만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아 보고 모르면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게 이곳의 문화인가?


별별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경력직 입사는 다 이런 과정을 겪는다고 하며 신입 사 원 때보다 더 스스로가 무지함을 느낀다고 하는 거 보니 나도 정상적인 범주에 있다고 안도는 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부담감과 무게감은 더욱 커졌고 그로 인해 위축되는 스스로를 보며 살면서 이렇게 자신이 없고 무기력하며 무능한 적이 있을까 싶었다. 사회생활의 기간도 그렇게 짧지도 않고 나름의 풍파를 겪었는데 도망치고 회피하고 싶은 생각만 되뇌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근 2개월 간 새벽에 계속 깨며

피로가 누적되며 신체적으로도 많이 피폐해졌다. 이런 악순환으로 다양한 사고도 많이 치고 팀 동료 및 유관부서 담당자에게도 많은 부족함을 보였다.


그리고 나는 견디지 못하고 와이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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