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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왜 퇴사를 했을까?

by 콩떡아빠

와이프 앞에서 눈물을 쏟아 내고 퇴사를 결심하고 리더와 면담을 했다. 다행히 나의 상태를 잘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며 고사할 수 없는지 끝까지 설득을 하셨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바로 수긍하고 없던 일로 생각했겠지만

그럼에도 퇴사를 향한 나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왜 퇴사였을까? 퇴사 결심을 하기 전부터 퇴사 후 지금까지 계속 생각하고 생각했다.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1)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2) 조직 적합성

3) 휴식의 필요성



1)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이직을 하면서까지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지금 생각하면 마땅치 않거나 강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직을 준비할 때만 해도 성장 혹은 새로운 환경을 향한 도전 등의 야심 찬 욕망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옮겼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혹은 나만의 성공 방식이 통하지 않은 곳이었며 이 지점에서 많은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느꼈었다.


이때 나는 이 일을 해야 할 만큼 성장에 갈증이 있는 수준은 아닌 것을 알았다. 어찌 보면 익숙함과 안정감이 주는 온실 속 화초에서 일을 더욱 잘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뿐더러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의 단위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꼭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할까?'란 인지 부조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2) 나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일까?


기존 회사는 대기업+업력이 길었으며 안정적인 프로세스가 갖춰진 곳이었다. 새로 옮긴 곳은 성장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로세스가 부족한 곳이며 그만큼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한 개개인의 높은 맨파워로 성과를 창출하는 곳이었다. 나는 충분한 고민과 이를 둘러싼 여러 맥락을 파악 후 업무를 추진했었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이 과정도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지만 훨씬 빠른 속도로 나의 업무 수행을 요구했다. 나를 힘들게 하려고 한 의도도 아니다.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더더욱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계획 대비 빠른 속도로 일을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을 하는 구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꼼꼼함이 덜 요구되는 것도 아니었다. 손으로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적응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런 속도와 강도를 요구하지만 빈틈은 없어야 하는 육각형을 원하는 조직에선 난 그릇이 되지 못한 것이다.



3) 제대로 쉬긴 한 것일까?



근 6.5년을 쭉 일했으며 전 회사를 퇴사하고 4일 뒤에 바로 새로운 곳으로 출근했다. 어찌 보면 쉴 만큼 쉬었다면 이런 사태를 사전에 방지했을 수도 있다. 당시엔 어차피 일할 거면 애매하게 쉬는 것보단 아무렇지 않게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방법이라 생각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며칠 못 쉬고 새로운 곳을 가니 계속 전 회사의 업무들이 생각나고 그래서 더욱 집중을 하지 못했다.



위 3가지를 종합하여 결론은 나는 새로 옮긴 곳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태도를 보유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만 커져갔다.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끄럽고 쪽팔리기도 하고, 전 회사 사람들이 왜 퇴사했냐고 했을 때 민망하고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다만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런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건 나를 부정하는 것이니.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에게 적합하고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면 되니깐. 그리고 이렇게 된 김에 홈 프로텍터의 삶도 누리고 도약할 수 있는 재충전으로 생각하고 남은 시간을 즐기고 잘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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