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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19. 2021

사람을 사귀는 일

제주살이와 인간관계

  세상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을 사귀는 일'이라는데, 40이 넘어서니 그것이 말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지구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과 두루 친하게 지내며, 인간관계를 잘 맺지만 이내 피곤함을 느낀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업무처럼 느껴지고, 의무감에 연락을 하는 경우도 많다. 30대까지는 이것이 스트레스였다. 

  제주도에 내려와 살게 되면서 나는 내 주변을 한 번 정리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끊어졌다. 인간관계가 가벼워지면서 알게 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꼭 필요한 인연은 계속 이어지는구나.'

  제주도 이주는 계속 인연을 맺어가야 하는 사람과 끊어야 하는 사람을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아마 서울에 살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단지 일찍 인연이 끊긴 것일 뿐.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채, 불필요한 인연을 맺으며 살고 있다. 한때 나는 우유부단한 내 성격을 싫어했다. 피곤해도 피곤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오늘 약속은 나가고 싶지 않다고 못하는 내가 싫었다. 억지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울리 없었고, 내 시간이 줄어드니 가족과의 시간이 없고 짜증이 늘어났다. 지금 나는 참 거절을 잘 한다.

  "미안, 오늘 가족들이랑 놀러 가서. 다음에 만나자."

  "오늘은 캠핑을 가기로 해서."

  "오늘 글 써야 해."

  신기한 것은 명쾌하게 거절을 할 수록 상대도 쿨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요. 다음에 봐요."

  제주도에서는 이것이 쉽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휴일이나 주말에 가족과 여행을 다니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모두 그려러니 한다. 자연히 만남이 줄어들고,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난다. 

  서울이었으면 어땠을까? 

  '어떤 핑계를 대지? 몸이 안 좋다고 할까? 집에 있는 것 다 알텐데 뭐라고 하지?'

등 거절의 이유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댔을 것이다. 

  "주말에 여행 가기로 했어. 금요일에 호텔 예약했어. 오늘 가족이랑 외식이야."

  얼마나 명확한 이유인가? 이 말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 직장동료가 있다는 것을 힘들어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모든 구성원들이 다 나를 좋아하기를 바랐다. 그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건방진 생각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아무리 훌륭한 인품과 매력을 가진 사람이어도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소수의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살고 싶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만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친구가 별로 없다고 고민하지 말자.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 사람들로 인하여 내 시간이 없다는 것이고

  약속이 많다는 것은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내가 발전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이어질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이어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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