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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22. 2021

절물자연휴양림에 다녀오다

유난히 얄미운 너, 마스크!

  추석 명절에 장인, 장모님께서 제주도에 내려오셨다. 두 분은 결혼을 일찍 하셔서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불리기에는 지나치게 젊으시다. 명절이나 가족행사 문제에 있어서도 현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셔서 연휴를 제주도에서 즐기기로 하신 것이다. 자주 제주도에 내려오셨기에 어디로 모셔야할 지 한참을 고민했다. 두 분도 아직 가보지 않으셨고, 우리 가족도 처음인 '절물자연휴양림'으로 목적지를 정하였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제주도민은 입장료가 공짜다. 외지인도 1인당 1,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입장료는 이토록 저렴한데 휴양림 면적이 워낙 크고, 볼 것이 많아 하루 힐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사려니숲과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많다. 비슷한 것은 두 곳 다 크고 멋진 나무들이 빽빽한 힐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반면에 사려니숲이 붉은 흙을 밟으며 혼자 사색하며 걷기 좋은 곳이라면, 절물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로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절물휴양림의 나무들

  곳곳에 평상이 깔려 있어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쉬기에 좋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어른들은 평상에서 대화를 나누며 쉬기 좋으니 '가족형 쉼터'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고리 던지기, 투호, 맷돌 체험을 하고, 놀이터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서울에 살 때 아파트 단지마다 설치되어 있던 놀이터에서 '날다람쥐'라는 별명까지 들어가며 신나게 놀던 딸아이는 오랜만에 본 놀이터에 빠져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맷돌체험을 하는 딸아이
휴양림의 다양한 놀거리들

  오늘은 유난히 마스크가 원망스러운 날이었다. 빼곡한 삼나무와 소나무, 참나무까지 커다란 나무들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 마시지 못해 아쉬웠다. 잠깐씩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나무들이 사치스럽게 내뿜는 피톤치드가 폐속까지 정화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마스크를 다시 쓰면 신선한 공기도 마스크 필터에 걸러져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휴양림의 공기를 한껏 느끼고 싶었다. 

  오늘 이곳을 여행지로 잡은 이유는 아들 때문이기도 했다. 환절기에 다시 올라오는 아토피로 엉망이 된 아들의 피부가 이곳에서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역시 자연의 힘은 놀랍다. 아들은 휴양림에 있는 내내 편안해 했다. 

  "공기 좋다~~!!"

  어르신처럼 말하는 아들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절물자연휴양림은 공기도 좋지만 꼭 맛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절물약수이다. 산책을 하며 목이 마르다 싶을 때쯤 약수터가 나타나는데, 물통에 받아 마신 물맛이 기가 막혔다. 아이들도 그 물맛이 다르다고 느껴지는지

  "물이 너무 맛있어."

하며 몇 잔을 연거푸 들이마셨다. 약수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땀이 나도록 논 후에야 우리 가족은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휴양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숲속 놀이터

  제주도는 역시 집밖을 나와야 제주도를 느낄 수 있다. 한나절 동안 절물자연휴양림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니 휴일을 건전하고 건강한 시간으로 채운 듯해 뿌듯했다. 

  우리가 제주도에 살지 않았다면 이렇게 깨끗한 자연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을까? 집에서 채 20분도 되지 않는 곳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었을까? 

  "오랜만에 이런 곳에 오니까 좋지?"

라는 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을 보며, 시간이 될 때마다 제주도 이곳저곳을 찾아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소중한 것이 가까운 곳에 있어도, 알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면 소용 없기에 이곳에 사는 동안 최대한 제주도의 자연을 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가을이다.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시작되었다.

  제주도 자연을 마음껏 누릴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절물 휴양림의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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