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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29. 2021

현직 제주도 초등교사가 들려주는 제주도 초등학교 이야기

서울의 초등학교와 제주도의 초등학교

  서울에서 제주도에 내려오기로 결정한 때,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아내는 근무하던 학교에 아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아들은 힘들어했다. 서울에서도 가장 큰 학교에 속했고, 한 반에 30명이 넘는 과밀학교였던 탓에 개성이 강한 아들은 단체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다. 아내는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까지 병행했으니 행복지수가 바닥이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는 제주도의 작은 시골 학교를 그리워했다. 한 학급에 10명도 되지 않는 학급에서 아들이 생활한다면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들이 2학년이 되던 해에 우리 가족은 제주도로 이주를 했다. 당연한 듯 제주도에서도 가장 작은 학교로 아들을 입학시켰고, 딸은 시골 학교 병설 유치원으로 전학을 시켰다. 아들이 전입한 학급은 반에 아이들이 9명밖에 되지 않았다. 교실 크기는 30명이 생활하는 교실과 같은데, 아이들이 9명밖에 되지 않으니 책상을 둥글게 배치하고 선생님은 한 명, 한 명 아이들 눈을 바라보며 수업을 하셨다. 내가 초등교사이다보니 그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고 있다. 과밀학급에서는 아이들 모두의 눈을 마주치며 수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업 시간이 정해져 있어 모두에게 발표 기회를 주기도 어렵다. 아이들의 생각과 꿈,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한참이 걸린다. 그에 비하여 9명의 학생에 대하여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하여 교사가 세심한 지도를 할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좋다. 현직교사들이 학급당 학생수의 감축을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학생수가 적으면 아무래도 학생 개개인에게 집중하기가 수훨하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선택한 학교는 전교생이 45명이었다. 워낙 작은 학교이기에 교장 선생님은 전교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고, 교장 선생님이 아닌 담임 선생님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신청하면 먼저 교장 선생님과 한참을 상담한 후에 담임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모든 아이들의 부담임 교사의 역할도 겸임하고 계셨다. 이토록 학생 한 명에게 많은 관심이 집중되니 전교생 천 명이 넘고, 한 반에 서른 명이 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아내와 내 눈에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제주도에 내려와서도 크고 작은 문제로 학교에서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모든 일들이 투명하고 자세하게 학부모에게 알려지니 학교에 대한 오해와 섭섭함은 없었다. 

제주도 시골학교의 대운동회, 유치원에서 초등학생 6학년까지 모두 모인 인원이 요정도이다.

  제주도의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아이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도시의 초등학교에서 어려움을 경험한 많은 아이들이 제주도로 전학을 온다. 내가 초등교사, 학부모, 먼저 이주한 외지인으로서 조언을 하자면 제주도와 학교에 대하여 지나친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제주도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며 어디서든 같은 문제와 갈등이 발생한다. 다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연환경이 있고, 가치관에 따라 작은 학교와 큰 학교, 시골 학교와 도시 학교 등을 선택하여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소인수 학급에서 담임 교사의 세심한 지도를 받기 원한다면 제주도의 작은 학교도 괜찮다.     

제주도 초등학교 어디를 가도 흔하기만 한 천연잔디 운동장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유일하게 늘어나고 있는 곳이 제주도이다. 실제로 작년초에 내가 담임했던 반은 학기 초에 18명으로 시작했는데 학기말이 되자 23명이 되었다. 한 학급에서만 이 정도의 인원이 늘어났으니 얼마나 많은 초등학생들이 제주도로 전학을 오는지 알 수 있다. '코로나 19'로 도시의 학교가 등교하지 못하고 원격수업을 할 때도 제주도는 거의 모든 학교가 전체 등교를 했다. 전국 학부모들의 정보가 얼마나 빠른지 이 때문에 제주도로 전학을 오는 학생들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학교를 선택할 때 아이들이 가진 특성과 욕구를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지나친 경쟁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자연에서 뛰놀게 하고 싶고, 아이답게 키우고 싶다면 제주도는 분명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가족의 선택이 옳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정말 잘 한 일이라고 느낄 수도, 후회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도 

  “다시 서울 갈래?”
 라고 물으면 

  “싫어. 난 제주도가 좋아. 여기서 살래.”

라고 대답하는 딸과

  “언제까지 제주도에 살고 싶어?”

라고 물으면

  “평생”

이라고 대답하는 아들이 있어 잘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이 말을 듣고 싶다.

  

 아빠, 나 어렸을 때 제주도로 와주어서 고마워.

  이거면 됐다.

무더운 여름날 신나게 노는 아이들... 이 큰 운동장을 이 정도의 아이들이 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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