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다르다. 지난 6월에 처음 운동을 시작하고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운동을 했고, 급기야 지난달 개인 P.T.를 300만 원치 등록했다. 자그마치 55회! 헬스장 특가행사가 있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눈여겨 봐둔 트레이너에게 직접 찾아가 상담요청을 하고 그 자리에서 300만 원을 일시불로 긁었다는 것이다. 300만 원의 카드 영수증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본전 때문이라도 운동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개인 P.T.를 받은지 한 달이 지났다.
P.T.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헬스장에 가지 않으면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기거나 마음이 복잡하면 헬스장으로 향한다.
두 시간 정도 운동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다.
이두, 삼두, 복근, 광배근, 승모근, 삼각근......
예전에는 외계어로 알고 있었던 이름의 근육들이 내 몸에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한 시간 P.T.를 받고 한 시간 개인운동을 하고는 샤워실 거울 앞에서 한참 내 몸을 감상했다.
'오~~!! 나도 괜찮은걸?!'
헬스장에서 사는 근육맨들이 보면 우습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요즘 나는 이렇게 운동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밤 10시에 내가 헬스장에 있을 줄이야....
운동을 하며 투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금 운동에 빠진 것은 3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만일 P.T.를 신청하지 않고 혼자서 계속 운동을 했다면 큰 변화 없이 흐지부지 시간만 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6개월 후, 분명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역시 헬스는 지루한 운동이야. 나랑은 안 맞아.
지금 나는 느끼고 있다. 헬스처럼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 55회 개인 P.T.가 끝나고 나면 다시 P.T.를 신청할 예정이다. 돈은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건강에 대한 투자는 그 어떤 투자보다 값지고 현명하다. 처음 P.T.를 결제할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지금은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후의 개운함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참 운동이 맛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