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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Nov 26. 2021

프로와 아마추어

브런치 작가님들, 우리는 모두 프로입니다.

  얼마전, 서울의 친한 형과 전화를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전화를 하던중 지난달 출간한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책은 어때? 잘 나가?"

  "글쎄요. 초반에는 잘 나가더니 지금은 잠시 주춤하네요."

  참고로 그 형은 나를 참 좋아한다. 물론 나도 그다. 하지만 다음 대화가 문제였다.

  "그치? 아무래도 너같은 아마추어 작가들은 한계가 있지. 책이라는 것이 신간이 들어오면 그전에 출판된 것들은 밀릴테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아마추어......

  순간 감정이 흔들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마치고 이틀이 지났지만 지금도 감정이 편안하지 않다. 나는 분명히 상처 받았다.

 

  건방진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는 한 번도 나를 아마추어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교사로 재직하며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학위를 받았으며 신춘문예로 등단까지 했다. 브런치 작가로 100편이 넘는 글을 올렸고, 올해 10월에 내 이름의 책을 출간했다. 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아직도 각종 sns에 리뷰를 올리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프로 작가가 되는 것일까?


  조정래, 이문열, 한강, 김영하, 신경숙....

  이러한 작가들처럼 우리 문단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겨야 프로작가라고 불리는 것일까?

  정유정, 유시민, 김정운, 이지성과 같이 몇 십만, 몇 백만의 판매고를 올려야만 프로작가가 되는 것일까?   


  서울에 살 때 배드민턴을 배운 적이 있다. 그때는 배드민턴에 푹 빠져 배드민턴 생각밖에 없었다. 몇 십만 원이 넘는 라켓을 사고, 배드민턴화, 배드민턴복까지 최고 비싼 것으로 구입하고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따라다니며 레슨을 받았다. 퇴근 후에는 집에 가지 않고, 학교 체육관에 모여 매일 배드민턴을 쳤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복식게임을 할 때의 위치와 로테이션을 생각했다. 그렇게 배드민턴에 빠져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나를 프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배드민턴은 재미와 운동을 위한 취미일 뿐 그 이상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 열정이 사그라들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배드민턴과 글쓰기를 다르게 보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자세 때문이다. 지금 나는 매우 진지하다. 배드민턴이 단순한 여가생활이었다면 글쓰기는 나의 정체성이며 또 하나의 직업이다.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 퇴사를 고민하지 않지만, 전업작가가 될 수만 있다면 미련없이 퇴사를 할 수 있다.

일반인이 배드민턴을 좋아한다고 이용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능을 익히는 운동과 생각을 쓰는 글은 다르다.

  자신을 프로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만심은 아닌지 다시 성찰해 본다. 나는 브런치 공간에 글을 올리는 작가님들을 단 한 번도 아마추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브런치라는 현대적인 등단제도를 통해 당당하게 등단한 프로 작가가 아니던가? 물론 자신이 쓴 글 앞에는 겸손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프로이기 때문에 겸손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내려놓고 살며 유연하고 부드럽게 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꼬장을 좀 부려야겠다.


  브런치 작가님들, 우리는 모두 프로입니다.

  그렇지요?


https://youtu.be/d6P_ROLr1xE

프로와 아마추어- 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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