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헬스장에 가게 된 것은 이전 글에도 썼었지만 함께 근무하던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동료 교사 때문이었다. 싹싹한 후배 교사의 성화에
"알았다. 간다, 가!"
라며 등 떠밀리듯이 헬스장을 등록했다. 헬스장을 등록하는 날, 퇴근하는 내 뒷통수에 대고 후배 교사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 앞으로 분명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긴... 6개월 후에 운동화만 찾으러 가지 않으면 다행이지.'
항상 그랬다. 새해가 되면 헬스장을 등록(할인 때문에 꼭 6개월씩 등록한다.)하고 초반에 한 10번 나가고, 6개월 후에 운동화 찾으러 가고.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되었던 탓에 이번에 헬스를 등록할 때도 큰 다짐이나 기대 따위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그랬던 내가, 내가~~ 헬스에 빠졌다!!
밤 11시가 넘어 헬스장에 있던 날
6개월 동안 10번도 가기 힘들었던 내가
지금은 일주일에 여섯 번 이상 매일 출근한다.
개인 P.T.는 돈낭비라고 생각했던 내가
300만원 P.T. 55회를 결제하고 추가로 22회 총77회 400만원을 결제해 버렸다.
"으억, 으억!"
악을 쓰며 무거운 덤벨, 바벨을 드는 아저씨들을 보며
'참나~~! 왜 애써 힘든 일을 하지?'
라며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지금은
"으악, 으악!"
하며 소리 지르는 무리들 틈에 끼어 있다.
이렇게 헬스에 빠진 지 6개월이 지났다.
근육 빵빵의 헬스맨들이 보면 우습겠지만,
나는 지금
내 몸에 나타나는 변화에 신기해 하고 있다.
근육 빵빵의 헬스맨들이 보면 귀엽다고 하겠지만,
나는 지금
조금씩 굵어지는 팔뚝을 보며 만족해 하고 있다.
어렸을 적 나는 유난히 가는 뼈대 때문에 컴플렉스가 심했다.
나와 같은 몸은 선천적으로, 유전적으로 왜소하기에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헬스에 빠진 후 알게 된 것,
어떤 것이든 선천적인 것은 없다.
"난 원래 그래.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지."
라는 말은 자신의 부족함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의 언어라는 것이다.
선천적인 것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없다.
단지 열정이 부족했을 뿐이다.
이 사실을 40이 넘어 헬스장에 다니며 알게 되었으니......
이왕 헬스에 꽂혔으니 한 번 끝까지 가보려 한다.
일주일 6번의 운동과 77회의 개인 P.T. 후에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의 아기 근육이
조금은 어른스러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선천적인 것은 없다.
그렇게 믿고 싶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하던 날 찍은 사진, 뒤에 보이는 분이 내 스승님이다. 나도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