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작가에게 자신이 쓴 글이 많이 알려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무엇이든 부작용은 있는 법이다. 조회수가 올라가는 만큼 악플이 달렸다. 입에 담기도 힘든 인신공격성의 댓글을 보며 우리가 흔히
"욕을 많이 먹었더니 배 부르네."
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잘못된 말이 아님을 느꼈다. 정말 포만감을 느꼈다.
나는 원래 유리멘탈이어서 사람들의 시선에 쉽게 흔들리고, 당황하고는 했는데 나이가 40중반이 되어가며, 이를 이겨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했다. 사람이 당황하는 이유는 실수 때문이다. 실수를 하게 되면 마음이 급해지고 행동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실수가 실수를 부르고, 최악의 결과로 치닫는다. 나는 요즘 당황할 일이 생길 때마다 혼잣말로 주문을 외운다.
천천히, 천천히!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나에게 대화하듯이 중얼거린다. 이렇게 말을 하며 행동은 과할 정도로 천천히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실수가 사라지고 일이 해결된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진리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수업중에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고쳐달라고 가져오거나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등 돌발 상황이 일어나 교사를 당황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 아이와 나만 들리게 말한다.
"알지? 천천히, 천천히!"
그러면 학생과 나의 심장박동수는 줄어들고 문제가 해결된다.
천천히, 천천히!
직장 생활을 하면 직장 동료의 날선 공격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 30대에는 나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언쟁을 벌이고는 했다. 회의 시간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벌떡 일어나 내 의견을 말해야 속이 시원했고, 내가 상처 받은 것을 상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설령 상대가 아무런 이유 없이 가시 돋힌 말을 해 내 자존심에 상처를 낸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대항하려 하지 않는다. 피가 거꾸로 솟고, 심장이 두근거리지만, 그때마다 화를 내는 대신 잠시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한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면 사람을 저렇게 매섭게 대할까? 진심으로 평화를 빕니다.'
성당에 잘 나가지 않아 부끄럽기는 하지만 나는 천주교 신자이다. 심지어 세례명이 지금 현 교황이신 '프란치스코'! 천주교 미사에 참석하면 내가 가장 쑥스러워 하면서도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그것은 미사에 참석한 신자끼리 서로의 평화를 빌며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신부님께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
하시면 신자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라는 인사를 건넨다. 인상적인 것은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어느 한 사람 표정을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타인을 위한 따뜻한 인사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