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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Feb 05. 2022

제주살이, 연세 입금의 시기가 돌아왔다.

제주도 부동산 연세 시세에 관하여

  애써 외면하고 싶었건만...

  연세 입금의 날이 돌아왔다.


  올해로 제주이주 5년차,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집이 없다. 

  제주도는 육지에는 없는 부동산 시스템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연세이다.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사는 독특한 방식! 옛날 '사글세'라고 부르던 개념이 아직 제주도에는 남아 있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집을 사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 부동산이 가진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2018년 처음 제주도에 이주했을 때 제주도 부동산은 침체기였다. 인구수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이 지어진 타운하우스와 빌라로 인하여 텅빈 집들이 넘쳐나고 집값은 끝을 모르고 하향곡선을 그렸다. 언론에서는 연일 제주도 이주붐은 끝이 났다고 보도를 했다. 제주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곧 걷힐 것이라는 말에 우리는 시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랬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던 제주 이주와 부동산에 대한 기사

  2년 전에 이곳으로 입주했을 때 우리가 사는 타운하우스는 비어있는 곳이 절반이었지만 지금은 100% 입주했다. 어린 자녀를 둔 육지의 학부모들이 연세가 없어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집도 보지 않고 계약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우리와 친하게 지내는 이웃도 집을 보지 않고 계약했다.) 세상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하지만 2년 전과 지금은 너무도 차이가 난다. 이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정보력은 정말 빠르다. 육지 대부분의 학교들이 비대면 수업을 할 때 제주도는 거의 모든 학교가 전면 등교를 강행했다. 이에 대한 소문이 어찌나 빠른지 타운하우스에 입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학생 충원률이 80%가 되지 않아 고민이던 제주도내 4개의 국제학교는 정원을 모두 채웠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제주도 부동산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3개월 전, 우리 가족이 사는 타운하우스의 지붕이 강풍에 흔들거려 집주인에게 집수리를 요청했다. 집주인은 지붕을 고쳐주고 돌아가며 한 마디를 하고 갔다. 

  "연세 많이 오른 것 아시지요? 다음에 계약하실 때 알아서 입금해 주세요."

  '알아서 입금하라'는 말이 이렇게 두려운 말인지 몰랐다. 도대체 얼마를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협상을 하고자 해도 집주인 속을 모르니 선뜻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오늘 연세 입금 날,

  집주인은 오전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먼저 전화를 했다.

  "2년이나 살았는데 100만원 더 드리면 될까요?"

  내 말에 집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100만원 올려받을 생각이었으면 올려달라는 말도 안 하지요. 500은 더 주셔야죠. 시세가 있는데."

  순간 내 머릿속에 여러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임차인 보호법, 5%상한선, 법적 소송 등....

  "그렇게 받으실 생각이었으면 최소한 한 달 전에는 말씀하셨어야지요. 계약서상에는...."

  "세상일을 계약서대로만 하나요? 각박하게..."

  집주인의 목소리에 여유가 느껴졌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너희들 아니어도 들어올 사람은 많아.'

라는 말이 들리는 듯 했다. 집주인과의 실랑이 끝에 300만원을 올리는 선에서 타협을 했지만 기분은 씁쓸하다. 


  지금 제주도의 연세는 작년 대비하여 500~1,000만원까지 올랐다. 제주살이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1~2년 살이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계약이 복잡하고 목돈이 오가는 매매나 전세보다는 연세를 선호한다. 2년 전만 해도 타운하우스 연세 2,000만원 이하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도 이주붐이 꺼졌다고 하지만, 현지인이 느끼기에 지금이 가장 뜨겁다. 습관처럼 들어갔던 '제주오일장'사이트에 들어가 부동산 시세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우습게도 연세를 올려달라고 한 집주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시세가 이러니 터무니 없는 이야기도 아니구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내 집 없이 살려고 하니 오늘따라 마음이 허전하다.

  때마침 내리는 눈이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비싼 값을 치르고 사는 제주살이,

  더욱 값지고 빛나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해 본다.

그래, 언제나 이렇게 행복하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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