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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an 28. 2022

안녕, 잘 가렴. 나의 구스롱패딩~~

캠핑, 애증의 너란 이름!

  오늘 일 년 전에 산 구스롱패딩을 떠나보냈다.

  

  한겨울에 얇은 잠옷을 입고도 이 녀석만 걸치면

  어떠한 추위도 두렵지 않았는데,

  이 녀석을 만날 생각에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떠나버렸다.

  이 녀석이 사망선고를 받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면 충분했다.

  이 모든 것이 캠핑 때문이다.


  요즘 동계 캠핑에 빠져있다.

  새로 산 루프탑 텐트에, 파세코 난로, 써큘레이터, 전기 온열기 등 막강 화력을 갖추고 동계 캠핑을 떠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오늘도 캠핑을 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서둘러 캠핑장으로 왔다. 콧노래를 부르며 루프탑 텐트를 열고, 어넥스를 치고, 팩을 박고, 캠핑장비를 안에 들여 놓았다. 모든 세팅을 끝내고 화로에 불을 피워 바베큐를 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캠핑장에서 먹는 고기의 맛은 기가 막히다. 저녁을 먹고 어넥스 안으로 들어와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을 했다.

  "너무 좋아~~"

  오늘 따라 아이들도 스마트폰 없이 싸우지 않고 잘 놀아주니 흐뭇했다.

  "거봐. 내가 뭐 나 좋으라고 캠핑하는 줄 알아? 다 가족 위해서 이러는 거야."

  매일 하는 이 말이 오늘 따라 설득력이 있었다.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이들과 아내는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루프탑 텐트 위로 올라갔다. 나는 음악과 함께 혼자 남은 맥주를 마시고 고독을 즐길 준비를 했다. 감성이 충만해져 글을 써볼 생각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여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평화로왔던 캠핑의 순간들... 그런데~~!


여보, 뭐 타는 냄새 안 나?

  

  아내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살펴 보았다.

  그런데...그런데! 내 눈에...

  2층 루프탑 텐트에서 떨어져 전기 온열기를 따뜻하게 덮고 있는 나의 구스롱패딩이 보였다.

  '네가 왜 거기 있어? 걔는 이미 따뜻! 아니, 뜨겁기까지 하단 말이야~~!!!"

  내가 아닌 온열기를 덮고 있는 나의 신상패딩을 허겁지겁 잡아올렸을 때,

  그 녀석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으이구! 그러니까 온열기 바로 위에 옷을 걸쳐두면 어떻게 해?"

  한심하다는 듯한 아내의 목소리는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패딩을 살려내려 불에 탄 부위를 손으로 여미며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하얀 구스털만 날릴 뿐 이 녀석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빠, 걱정하지 마. 내가 새뱃돈 모아서 하나 사줄게."

  아들의 말에 고맙기는 했지만 현실은 현실~!

  '아들, 네 세뱃돈 꼬박 3년은 모아야 살 수 있을 거야.'

문제의 온열기와 구스롱패딩

  이 모든 것이 캠핑 때문이다.

  이 추운 겨울에 도대체 왜 이 생고생을 하며 천막 안에서 자고 있는 것인지,

  왜 캠핑장에 비싼 돈을 주고 노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터져버린 구스패딩을 끌어안고 다짐했다.

  '내가 다시는 캠핑을 하나 봐라.'


  역시 나는 다짐을 잘 지킨다.

  이 글을 쓰고 다른 캠핑장을 검색해 봐야겠다.

  내가 다시는 캠핑을 하나 봐야겠다.

  한 번 확인을 해봐야겠다.

모두 잠든 시간에 갖는 이 시간, 이 맛에 캠핑한다. 캠핑, 애증의 너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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