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루프탑 텐트에, 파세코 난로, 써큘레이터, 전기 온열기 등 막강 화력을 갖추고 동계 캠핑을 떠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오늘도 캠핑을 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서둘러 캠핑장으로 왔다. 콧노래를 부르며 루프탑 텐트를 열고, 어넥스를 치고, 팩을 박고, 캠핑장비를 안에 들여 놓았다. 모든 세팅을 끝내고 화로에 불을 피워 바베큐를 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캠핑장에서 먹는 고기의 맛은 기가 막히다. 저녁을 먹고 어넥스 안으로 들어와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을 했다.
"너무 좋아~~"
오늘 따라 아이들도 스마트폰 없이 싸우지 않고 잘 놀아주니 흐뭇했다.
"거봐. 내가 뭐 나 좋으라고 캠핑하는 줄 알아? 다 가족 위해서 이러는 거야."
매일 하는 이 말이 오늘 따라 설득력이 있었다.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이들과 아내는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루프탑 텐트 위로 올라갔다. 나는 음악과 함께 혼자 남은 맥주를 마시고 고독을 즐길 준비를 했다. 감성이 충만해져 글을 써볼 생각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여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평화로왔던 캠핑의 순간들... 그런데~~!
여보, 뭐 타는 냄새 안 나?
아내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살펴 보았다.
그런데...그런데! 내 눈에...
2층 루프탑 텐트에서 떨어져 전기 온열기를 따뜻하게 덮고 있는 나의 구스롱패딩이 보였다.
'네가 왜 거기 있어? 걔는 이미 따뜻! 아니, 뜨겁기까지 하단 말이야~~!!!"
내가 아닌 온열기를 덮고 있는 나의 신상패딩을 허겁지겁 잡아올렸을 때,
그 녀석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으이구! 그러니까 온열기 바로 위에 옷을 걸쳐두면 어떻게 해?"
한심하다는 듯한 아내의 목소리는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패딩을 살려내려 불에 탄 부위를 손으로 여미며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하얀 구스털만 날릴 뿐 이 녀석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