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조금은 특별한 캠핑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를 할 때 내가 가진 몇 가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구입해 제주도 전역을 여행하며 사는 것이었다. 유튜브를 보면 허름한 트럭이나 학원 버스를 구입해 캠핑카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주중에는 제주도 직장에 다니고, 주말이면 캠핑카를 만드는 것을 꿈꾸었다. 내가 가진 몇 가지 능력 중의 하나가 손재주가 조금 있다는 것인데 서울에서 틈틈이 공부를 하며 준비도 해두었다. 하지만 캠핑카나 카라반은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기에 단지 상상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만 지나고... 드디어 카라반에서 하루를 지내게 되었다.
물론 카라반을 구입한 것은 아니다. 제주도에는 뷰가 멋진 곳에 들어선 카라반 캠핑장이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 하루를 지내보기로 한 것이다. 사실 카라반은 가성비가 좋은 숙소가 아니다. 아무리 카라반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호텔에 비하면 비좁다.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춥다. 카라반에서 하룻밤 지내는 비용이면 꽤 괜찮은 호텔에서 편하게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 돈이면 호텔에서 자지~'라는 생각에 쉽게 실행에 옮기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족은 제주도 카라반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있다.
불편하지 않냐고? 참~!! 불편하다.
좁지 않냐고? 참~!! 좁다.
비싸지 않냐고? 참~~!! 비싸다. 이 돈이면....
이렇게 가성비가 떨어지지만
지금 우리 가족은 모두가 만족하는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고 있다. 저녁이 되자 카라반 바비큐장에서 바비큐파티를 했다. 제주도 흑돼지와 가리비를 숯에 구워 먹으니 절로 술생각이 났다. 맥주 한잔을 하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나처럼 느껴진다. 저녁을 먹고 아담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tv를 보고, 아내는 휴대폰을 보고, 나는 글을 쓰니 세상 평화로울 수가 없다. 좁은 것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 뿐인가? 멀리 보이는 제주도 남원 바다의 풍경이 마음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 대한민국에 멋진 캠핑장이 많다지만, 이 곳은 어디? 제주도! 한겨울 제주도 바다 앞에서 아늑한 캠핑을 즐기고 있자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곳에 오기 전, 카라반에서 하룻밤을 보내자고 하니 아내가
"그래, 체험이나 한번 해봐. 어차피 카라반 포기한 거 아니었어?"
라며 따라와 주었다. 그렇게 호캉스를 좋아하는 아내가 나를 위해 불편한 카라반 캠핑을 따라온 것은 고맙지만, 매번 투덜대면서도 내 의견을 따라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래서 아내에게 더욱 미안하지만....... 아내가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
카라반 캠핑을 경험해 보니 카라반, 캠핑카에 대한 욕구가 더욱 차오른다. 이 정도의 만족감이면 한번 해볼만 하다. 제주도에서 캠핑카, 카라반을 타고 떠나는 여행,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진심, 제주도로 퇴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저....정말로.... 한 번 저질러 볼까?
언제나 말하지만,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