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고 산다는 것

-우도를 가다

by JJ teacher
mbc스페셜 '시골에 가게를 차렸습니다.'

제주도 이주를 결심하고 있던 2017년 12월, 우연히 tv를 틀었다가 mbc스페셜 '시골에 가게를 차렸습니다'를 보게 되었다.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방송에는 제주도 우도에 조그만 책방을 연 서울부부와 제주도 송당리에 플라워카페를 연 서울부부가 나왔다. (후반부에는 강원도에서 서핑강사를 하는 대기업을 퇴사한 젊은이와 빵집을 하는 남매도 나온다.) 내가 이 방송을 다운받고 몇 번을 본 지 모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금 행복하세요?"

라는 질문에 모두들 망설임없이

"네, 행복해요."

라고 대답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삶이 부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살 것이라 기대하며 제주도로 내려왔다.

섬속의 섬 우도

제주도에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가족은 우도를 갔다. 당연한 듯 우도 책방 '밤수지맨드라미'로 향했다. 그리고 사장님 부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면이 단단하고 삶이 행복한 사람들은 그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손님 한 명, 한 명 정성을 다해 커피를 내리고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얼굴에서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있는 winner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도는 저녁 6시면 제주도 본섬으로 가는 배가 끊긴다. 그래서 6시 이후에는 우도주민과 숙박객만이 남게 된다. (그때부터 우도가 자신의 진짜 매력을 드러낸다. 아는 사람만 안다.) 우리 가족은 우도를 나오는 것이 아쉬워 급하게 숙소를 잡고 이틀이나 우도에서 묵게 되었다. 마침 '밤수지맨드라미'에서는 야간책방이 열렸는데 우리 가족은 밤마다 책방으로 가서 책을 읽고, 맥주 한 잔을 하며 우도의 밤을 즐겼다. 우도를 다녀온 후 한동안 '우도병'에 걸려

'우도 또 가고 싶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실제로도 몇 번을 다시 갔다. 갈 때마다 '밤수지맨드라미' 책방을 갔고, 이제는 볼 때면 꽤 반가워하는 지인이 되었다.

밤수지맨드라미 야간책방에서

사람이 걸어가는 인생의 길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똑같은 곳만 바라보며 똑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 돈, 승진, 사회적 지위, 아파트 평수......

트리나 폴러스의<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보면 한 곳만 바라보고 서로를 짓밟으며 올라가는 애벌레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들과 달리 다른 길을 택한 노랑애벌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지만 애벌레기둥을 이룬 수많은 애벌레들은 서로 엉키고, 밀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들과 똑같이 서로를 짓밟으며 올라가던 호랑애벌레는 나비가 된 노랑애벌레를 알아보고 뒤늦게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멋진 호랑나비가 된다. 노랑나비와 호랑나비는 하늘을 날며 서로 뒤엉켜 올라가는 애벌레기둥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는 애벌레 기둥 속 뒤엉킨 애벌레가 아닐까?

꽃들에게 희망을- 우리는 저 애벌레 기둥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내가 서울에서의 삶보다 제주도에서의 삶이 더 행복한 이유는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택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금도 종종 회의감이 들어 우울해질 때가 있다.

'과연 잘한 일일까?'

그럴 때마다

'아직도 내려놓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난 아직도 멀었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절대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 주위의 시선이나 편견에 흔들리지 않는다. 내 인생에 당당한 사람은 누가 뭐라해도 행복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부러워한다.

과연 나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내려놓고 살기'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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